아름다운글/시

감나무가 있는 집 - 김창균

조용한ㅁ 2008. 9. 11. 15:27

감나무가 있는 집 - 김창균

 

 
    감나무가 있는 집 / 김창균 짖지 못하는 개 한 마리 감나무에 매 놓고 집주인은 어디 갔나. 개들은 빈둥대다 가끔씩 화풀이하듯 밥그릇을 발로 찬다. 발로 차면 으레 소리도 함께 따라가기 일쑤여서 빈집엔 종종 서러운 소리가 나기도 했다. 바람은 맨발로 집구석을 드나들고 홍시를 좋아하던 감나무 집 할머니는 작년 이맘때 돌아가시고 가슴이 뜨거워 견디지 못하는 홍시는 까치들에게 몸을 내주었다. 어떤 날은 너무 몸이 뜨거워 땅에 이마를 처박고 떨어지는 날도 있었다. 짖지 못하는 개 한 마리 감나무에 매어두고 밤이 늦어도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개들이 혀를 물고 누워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남의 집 지붕을 오래오래 비추며 서있는 등불 홍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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