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녀가 나비가 되었다 ...전경린
뭔가를 원하는 순간,
의지를 갖는 순간의
긴장과 구차함이 견딜 수 없이 싫다
욕망을 갖기 시작하면
하나에서 열까지 필요한 것 투성이다
갖추려 들기 시작하면 마음은 들끓고
몸은 분주해지고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나날은 위축되고 누추해질 것이다.
그런 것이 싫다면 침대 하나도 원하지 말아야 한다
되는 대로 되라지
언제까지 패드 한 장만 깔고
딱딱한 바닥에서 자게 된다 해도 저항하지 말 것
우리가 서로 사랑하려 한다면,
마음이 가난해져야 한다
나비는 아무 때나 막무가내로 날지 않는다
나비는 날기 위해서는 몸이 뜨거워져야 한다
30도 이상의 체온을 유지해야 비상이 가능하다
30도는 대상에 대한 사랑의 온도이다
모든 비상하는 자는 다른 무엇을 사랑하는 자이다
가슴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큰 날개를 가졌다 해도
흙 바닥을 벌벌 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잃어버린 것은 완전해 보인다
하지만 막상 그 때로 돌아가면 결코 완전한 건 없다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상처 때문에,
유토피아적 환상이 생기는 것뿐이다
유토피아란
그래서 미래의 이상이라기보다는 상처로 인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집착이기도 하다.
진실을 말하자면 우리는 늘 불완전하고 늘 잃어 가고
늘 어딘가로 가는 불확실한 과정 속에 있다
누구나 망해서 죽는 것이다
눈과 머리카락과 관절과 피부와 피의 온기,
꿈과 시간과 사랑과 기억,
잃는다는 건 당연한 지불이다
우리 생애가 무임승차를 허용할 리 없다
전경린은 제 3회 21세기 문학상 수상자이다. 전씨는 1999년<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으로 21세기 문학상 소설상을 수상하였다. 이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는 서커스라는 특이한 상황 속에서 부단히 방황하고 방랑하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소외와 단절 그리고 사랑과 저항을 뛰어난 감수성으로 묘사한 수작이다. 전씨의 작품은 가족소설의 범주를 벗어나 우리 소설의 경조를 한단계 높혀놓았으며 우리 삶의 비극성과 잔혹성을 절조되고 간결한 분장으로 표현했을 뿐 아니라 일그러진 권력의 횡표에 맞선 메시지의 신선함이 돋보이는 값진 작품이라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히고 있다. 또한 전씨의 새로운 감수성을 높게 평가했다.
전경린은 필명이고 본명은 안애금이다. 작가 전씨는 1962년 경남 함안에서 1남 5녀중 장녀로 태어났다.경남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한 후에 마산 KBS에서 음악담당 객원 PD와 방송 구성작가로 근무했다.성장기 내내 지독한 허무주의자였다고 말하는 전씨는 주어진 삶의 일회성과 전씨가 열망해 온 영원성 사이에서 글쓰기를 발견하였다고 얘기한다.
1993년 부터 여섯편의 중단편을 완성하며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사막의 달> 로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1996년 단편 <염소를 모는여자>로 제 29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이어 1997년 장편< 아무곳에도 없는 남자> 로 제 2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함으로써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떠올랐다.
전씨의 작품으로는 소설집<마닷가 마지막집>(1998) ,어른을 위한 동화<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1998),<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1999).<난 유리로 만든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2001),<열정의 습관>(2002)등의 작품이 있다.
전경린(1962 - )
<염소를 모는 여자>
제29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제2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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