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우표 한 장 붙여서 천 양희

조용한ㅁ 2009. 1. 21. 02:08


우표 한 장 붙여서.....// 천 양희
꽃 필때 널 보내고도 나는 살아남아
창 모서리에 든 봄볕을 따다가 우표한장
붙였다 길을 가다가 우체통이 보이면
마음을 부치고 돌아서려고
내가 나인 것이 너무 무거워서 어제는
몇 정거장 지나쳤다 내 침묵이 움직이지
않는 네 슬픔 같아 떨어진 후박잎을
우산처럼 세상은 여위어가고 미움도 늙어
허리가 굽었다
꽃 질때 널 잃고도 나는 살아남아
은사시나무 잎사귀처럼 가늘게 떨면서
쓸쓸함이 다른 쓸쓸함을 알아볼때까지
헐한 내 저녁이 백년처럼 길었다 오늘은
누가 내 속에서 찌륵찌륵 울고있다
마음이 궁해서 새벽을 불렀으나 새벽이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럴때
사랑은 만인의 눈을 뜨게 한 한사람의
눈 먼 자를 생각한다 누가 다른사람
나만큼 사랑한 적 있나 누가 한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나 말해봐라
우표 한 장 붙여서 부친 적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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