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오막실이 집 한채/이 기철

조용한ㅁ 2009. 1. 27. 19:40

      오막살이 집 한 채 / 이기철 시든 채송화의 얼굴 곁에 앉으면 잊고 있던 농구의 이름이 떠오른다 청석 밭에 자라던 갯풀 이름이 떠오르고 무 뽑힌 백 평의 빈 밭이 떠오른다 초겨울엔 바람 차가와 밤벌레들 울지 않고 여울물 소리 그칠 때 풀잎이 무거운 이마를 숙인다 주름 많은 가업들이 골마다 누워있고 작은 씨앗들은 맹목으로 자라 포만한 들 가운데 숙연한 생애를 붇는다 누가 들길 밖에 나아가 잎 벗은 나무로 설 수 있을까 누가 무욕으로 저 산하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하늘엔 추운 새 날고 마음엔 채찍질 잦아 이 겨울에는 아무래도 무너지고 말 적은 누에도 자주 묻히던 오막살이 집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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