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백 년 -- 문 태준

조용한ㅁ 2009. 2. 1. 01:43

 



      백 년 -- 문 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 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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