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도서관, 영화관, 교육관 등을 고루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퐁피두센터는 이 센터의 건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조르주 퐁피두 前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1977년에 개관하였다고 한다.
각각 19세기 중반까지와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작품들 위주로 전시를 하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에 비해 20세기 이후의 현대 미술과 동시대 미술 작품들이 주로 소장되어있다는 퐁피두센터의 이번 특별전 주제는 '화가들의 천국'이다.
주최측의 소개글을 요약해보면,
이번 전시는 서양 문화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아르카디아(Arcadie)'라는 개념을 주제로 구성되었으며, '아르카디아'란 동양의 '무릉도원'과 유사한 '천국' 또는 '낙원'을 가리키는 말로 실존하는 고대 그리스의 섬이었다.
'아르카디아'는 로마 시대의 대문호 베르길리우스가 '목자가 평화롭게 양을 치는 낙원'의 모습으로 묘사하면서 서양 문화사에 처음 등장하게 되었고, 특히 '프랑스 고전주의 회화의 시조'로 여겨지는 니콜라 푸생의 '아르카디아의 목자들'을 통해서 그 개념이 더 알려지게 되었는데, 푸생의 작품 부제인 '아르카디아에도 내가 있다'처럼 '비록 천국일지라도 바로 죽음이 존재한다.'는 의미와 함께 많은 예술가들에 의해서 다양하게 해석되며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서양 문화에 나타난 '아르카디아'의 모든 개념을 총망라하며 황금시대, 낙원, 풍요, 허무, 쾌락, 전령사, 조화, 암흑, 되찾은 낙원, 풀밭 위의 점심식사 등 소주제로 나누어 현대 작가들의 눈에 비친 '천국' 혹은 '낙원'의 이미지들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니콜라 푸생, 아르카디아의 목자들, 캔버스에 유채, 85X121cm
전시장 입구에 서면,
위에서 언급한 니콜라 푸생의 '아르카디아의 목자들'이 영사되고있는 커튼을 만나게 된다.
커튼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선 후 마주치는 '양떼'라는 설치 작품을 시작으로 화가들이 만들어낸 '천국'의 이미지들이 2,3층의 전시실에 소주제별로 펼쳐져있다.
* 아르카디아 - 낙원
피에르 보나르, 꽃이 핀 아몬드나무, 캔버스에 유채
하얀 레이스로 장식한 듯 화려하고 풍성한 꽃으로 둘러싸인 아몬드나무의 밝은 모습이 보나르의 눈에는 '낙원'의 이미지로 아름답게 느껴졌나보다...
소주제들 中 '낙원'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주로 풍부한 색감의 풍경들과 꽃, 나무 등을 그린 그림들이 많았는데, 특히 보나르의 온화한 작품들이 마음에 들었고, 라울 뒤피의 '탈곡(1953,캔버스에 유채,129x161cm)'도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 쾌락
파블로 피카소, 누워있는 여인, 1932, 캔버스에 유채, 38X46cm
화가들은 '낙원'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벗은 여인의 관능적인 모습을 통해서도 생생하게 표현하며 전달하려는 듯하다.
* 풍요
앙리 마티스,붉은색 실내,캔버스에 유채,146X97cm 앙리 마티스,초록색 찬장이 있는 정물,81.5X100cm
앙리 마티스, 목련이 있는 정물, 캔버스에 유채, 74X101cm
라울 뒤피, 붉은 바이올린, 1948, 캔버스에 유채, 38.5X46cm
'낙원'의 이미지는 풍성한 꽃이나 과일 등의 정물을 선명하고 화려한 색으로 표현해내며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있다.
강렬한 색의 마티스의 작품들을 만나며 개인적으로 가장 흡족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머물렀던 방이다.
* 되찾은 낙원
지우제페 페노네(1947~),그늘을 들이마시다,1999-2000
전시실 방 하나의 공간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설치 작품으로, 월계수 잎으로 가득 채워진 200개의 철망이 전시실 벽 사방을 둘러싸고 있으며 전시실 끝 벽 정가운데에 황금 브론즈로 만들어진 폐 모양의 독특한 조형물이 걸려있다.
방에 들어서면 월계수 잎의 향이 코끝을 찌르며 특별한 분위기를 체험하게 하는데, 작품 소개서를 보니, 작가는 아름다운 플라토닉 사랑을 노래한 14세기 이탈리아 시인인 페트라르카의 시에서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하며, 폐 모양의 조형물과 월계수 향기를 통해 스스로 호흡하고 있는 작품의 생명력을 의식하고 그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다.
* 조화
페르낭 레제, 여가, 1948-1949, 캔버스에 유채,154X185cm
앙리 마티스, 폴리네시아, 하늘, 1946, 캔버스에 과슈로 칠한 색종이 콜라주, 200X314cm
'아르카디아 - 낙원'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조화로운 세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페르낭 레제가 표현한대로 인간은 노동이나 생산 활동 속에서 여가를 통해 생활의 활력과 재충전을 얻음으로써 삶의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마티스가 그려낸 푸른 하늘이야말로 화가들 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천국'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암흑
장 뒤뷔페,이데오플라즈마,농-리유 연작,1984
호앙 미로, 어둠 속의 사람과 새, 1974, 캔버스에 유채, 274.5X637cm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곳으로서의 '천국'을 생각할 때 '암흑'은 죽음의 이미지를 상징하며 화가들을 통해 자주 다뤄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 풀밭 위의 점심식사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편안한 '피크닉'이나 '소풍'을 연상시키며 끊임없이 여러 화가들의 작품 주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전시회 맨 마지막 작품으로 만나게 되는 위 사진의 그림은 러시아 출신의 블라디미르 두보사르스키(1964~ )와 알렉산더 비노그라도프(1963~ )가 2002년 공동 제작한 대형 유화 작품으로서, 마네의 작품과 같은 이름으로 작품의 등장 인물들을 클로드 모네를 비롯한 고흐와 고갱, 마네, 르누아르 등등 유명한 화가들로 그려내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낙원이나 이상향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지게 된다고 한다.
화가들이 그려낸 '천국'의 이미지들을 감상하며, 여러가지로 어려운 작금의 현대인들에게 '낙원'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새삼스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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