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의 窓에 서렸다 사라진 성에꽃에 관한 소고 / 조유리
차고 단단한 窓을 사이에 두고 당신과 나는
안과 바깥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인가를 하는 동안
당신은 유심히 窓 밖을 내다보았지만
窓에 서리는 것은 읽을 수 없는 수화들뿐.
표면에 닿아도 지문조차 남지 않는 답답함에
나는 더욱 간절한 손짓으로 당신을 불러 세웠지요.
하지만, 당신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게 완고하여
말을 걸면 뿌옇게 김이 서리는 대화.
어쩌면 당신도 그 안에서 무슨 말인가를 건네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빠르게 낙하하는 수은주에 관해 걱정하기도 했을 거에요.
후후 입김을 불어 쓴 글자들을 나는 슬그머니 주머니 속에 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나는 딱딱하게 고정된 벽을 사이에 둔
안과 바깥!
입술을 움직여도 소통되지 않는 우리의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퍼렇게 얼어붙었지요.
좁힐 수 없는 간격 앞에 찬 입김만을 주고받으며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등을 돌려 돌아누웠습니다.
한번 어루만져 보지도 못한 마음이 추웠지요.
안으로 들여놓지 못한 연민으로
당신은 따뜻한 바닥에 누워서도 심장에 살얼음이 끼는 듯 아팠습니다.
窓 밖은 어느새 어둠으로 가득 차 설핏설핏 서성이던
안부조차 깜깜해져 버렸지요.
누군가, 시린 바람 속에서 묻습니다.
왜 모르는 척,
한 번쯤 窓을 열어보지 않았느냐고.
손끝 닿기만 해도 쩍쩍 금이 가는 혹한의 계절이
마음의 변방에 성에꽃을 피웠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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