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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

달빛 편지

 

 

 

 

 

 

 

 

 

달빛 편지

                                 이 이

 

매일 밤 그는 긴 편지를 써서 불꺼진 내 창가에 놓고 간다

 

어떤 날은 깨어 있다가 그의 편지를 받기도 한다

 

오늘도 그는 뜰 앞의 높은 잣나무 가지에 턱을 괴고

 

조용히 내 창가를 바라보며

 

편지를 쓰고 있다.

 

방에 불을 켜고는 그의 편지을 읽을수 없다

 

뜰악에 숨어 사는 귀뚜라미들도 그의 편지를 받았는지

 

소리 높여 저마다의 목소리로

 

그것을 나에게 읽어 주고 있는데

 

나는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조용한 목소리를

 

아무에게도 전해 줄 수 없다

 

이 세상 누구로부터도 받을 수 없는 황홀한 연애편지를

 

날마다 그에게서 받으며

 

이렇게 살고 있다

 

 

-정 채봉 에세이 눈을 감고 보는 길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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