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사진 속 한 잎 여자/카암
향기롭던 한 때 한 잎 여자가 활짝 웃고 있다 웃어봐, 하지 않아도 웃음짓던 바라봐, 하지 않아도 바라보던 풍경 저 중심에 선 여자 낯빛 먼저 수척 했던가 하필이면 그 자리에 다시 한 잎 내려앉고 그 여자 지금은 없다 저물도록 떠나보내지 못하는 저 풍경의 텅 빈 중심 어떤 대단한 사랑도 이미 지난 사랑은 사진첩 일행 틈에 끼지 못하고 차마 보란 듯 내세워 벽에 걸 수 없다는 것을 알겠다 그러나 절망할 까닭이 없다 오래되었으나 오래된 만큼 익숙해서 눈 감으면 더 잘 보이는 자리 끝끝내 손에 쥔 사랑으로 때로 사무쳐 젖기야 하겠지만 매번 그리우므로 존재하는 한 잎 여자 등 돌린 계절 손 놓친 세월을 지나도 외려 기다릴 것이 남아 여전히 웃고 있는 한 잎 여자 사랑은, 기울어도 바로 서는 사랑은 뒤집혀도 바로 눕는 사랑은 세상 모든 풍경의 중심 매양 같은 얼굴로 가슴 가장 깊은 내벽에 걸린다는 것을 함께 알겠다. -카암- |
'아름다운글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은 간다 - 허수경 (0) | 2009.03.27 |
---|---|
닿아서는 안 될 인연 / 카암 (0) | 2009.03.26 |
그대도 내 마음처럼 - 백야/이효녕 (0) | 2009.03.24 |
입술 속의 새 (0) | 2009.03.23 |
달빛 편지 (0) | 2009.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