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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

텅 빈 사진 속 한 잎 여자/카암

텅 빈 사진 속 한 잎 여자/카암





        텅 빈 사진 속 한 잎 여자


        향기롭던 한 때
        한 잎 여자가 활짝 웃고 있다

        웃어봐, 하지 않아도
        웃음짓던
        바라봐, 하지 않아도
        바라보던
        풍경 저 중심에 선 여자
        낯빛 먼저 수척 했던가
        하필이면 그 자리에 다시 한 잎 내려앉고
        그 여자 지금은 없다

        저물도록 떠나보내지 못하는
        저 풍경의 텅 빈 중심
        어떤 대단한 사랑도 이미 지난 사랑은
        사진첩 일행 틈에 끼지 못하고
        차마 보란 듯 내세워
        벽에 걸 수 없다는 것을 알겠다

        그러나 절망할 까닭이 없다
        오래되었으나 오래된 만큼 익숙해서
        눈 감으면 더 잘 보이는 자리
        끝끝내 손에 쥔 사랑으로
        때로 사무쳐 젖기야 하겠지만
        매번 그리우므로 존재하는 한 잎 여자
        등 돌린 계절 손 놓친 세월을 지나도
        외려 기다릴 것이 남아
        여전히 웃고 있는 한 잎 여자
        사랑은,
        기울어도 바로 서는 사랑은
        뒤집혀도 바로 눕는 사랑은
        세상 모든 풍경의 중심 매양 같은 얼굴로
        가슴 가장 깊은 내벽에 걸린다는 것을 함께 알겠다.

                                                                   -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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