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자뷰
강연호
언젠가 너를 본 적이 있지 내 얼굴의 거울은 타인의 얼굴인 것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척하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나 같지? 이미 답을 알고 던지는 질문을 뒤집듯 거울을 홱 뒤집어 보기도 하지 그 뒤에 꼭 누가 웃고 있을 것만 같아서 등골 서늘해지는 느낌을 즐기지
내 얼굴의 거울은 바로 네 얼굴인 것을 나는 언제나 너를 질투하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나 같지? 똑같은 질문을 거듭 던지며 뻔뻔하게도 나는 얼굴을 붉힌 적이 한 번도 없지
두드려라, 깨질 것이다 두드려라, 깨진 만큼 늘어날 것이다 나는 짐짓 지구본마냥 고개 기울여 늘어난 얼굴들을 빤히 쳐다보며 묻지, 누구시더라?
―《현대시》2009년 4월호 ----------------- 강연호 / 1962년 대전 출생. 고려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 1991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비단길』,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등. 현재 원광대 문예창작과 교수.
처음 가본 곳인데 이전에 와본 적이 있다고 느끼거나 처음 하는 일을 전에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주변의 환경이 마치 이전에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대부분 꿈속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이것을 데자뷰 현상이라고 한다.
사람의 뇌는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서 스치듯이 한번 본 것도 잊어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뇌세포 속에 저장하는데, 이런 세포 속의 정보들을 모두 꺼내는 것은 아니고 자주 보고 접하는 것들만 꺼내본다고 한다. 하지만 뇌는 훨씬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무의식중에 했던 일을 다시 하거나 방문했던 곳에 갔을 때, 처음 하는 일 같은데 아련히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1900년 프랑스의 의학자 플로랑스 아르노(Florance Arnaud)가 처음 이러한 현상을 규정하였고, 이후 초능력 현상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던 에밀 보아락(Emile Boirac, 1851∼1917)이 처음 데자뷰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보아락은 데자뷰 현상의 원인을 과거의 망각한 경험이나 무의식에서 비롯한 기억의 재현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데자뷰 현상은 그 자체로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뇌의 신경화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멘델스존(무언가 中12번 베네치아의 뱃노래:피아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