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지나간다 /천양희

조용한ㅁ 2009. 12. 5. 22:20



    지나간다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 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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