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고백
나는 한평생, 내가 나를
속이며 살아왔다.
이는 내가 나를 마주하는 게
무엇보다도 두려워서였다.
나의 한 치 마음 안에
천 길 벼랑처럼 드리운 수렁
그 바닥에 꿈틀거리는
흉물 같은 내 마음을
나는 마치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 환자처럼
눈을 감거나 돌리고 살아왔다.
실상 나의 知覺만으로도
내가 외면으로 지녀 온
양심, 인정, 명분, 협동이나
보험에나 들듯한 신앙생활도
모두가 진심과 진정이 결한
삶의 편의를 위한 겉치레로서
그 카멜레온과 같은 위장술에
스스로가 도취마저 하여 왔다.
더구나 평생 시를 쓴답시고
綺語* 조작에만 몰두했으니
아주 죄를 일삼고 살아왔달까!
그러나 이제 머지않아 나는
저승의 관문, 신령한 거울 앞에서
저런 추악망측한 나의 참 모습과
마주해야 하니 이 일을 어쩌랴!
하느님,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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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고백 : 가톨릭에서 죽음에 임한 사람이 한 평생 자신이 저지른 죄를 뿌리째 사제(司祭)에게 고백하고 참회하는 신앙교범.
綺語(기어)―불교의 10악(惡) 중 하나로, 비단같이 번드레하나 진실이 수반되지 않는 말.
- 현대시 밀레니엄 시집 6, <홀로와 더불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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