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우수, 경칩 무렵의 풍취라면 의당 봄을 기다리는 산야의 풍경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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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매도(月梅圖, 어몽룡, 비단에 먹, 119.4×53.6cm, 16세기 후반∼17세기 전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중기 매화도의 달인 어몽룡의 작품이다. 고목일 법한 줄기는 밑둥에서 생략되었으며, 굵고 곧은 줄기가 기운차게 솟아올랐다. 가지에는 듬성듬성 꽃봉오리가 달려 있다. 죽 뻗은 가지 위에 걸린 달과 여백이 한껏 운치를 살려준다. 한편 꽃잎은 가볍게 점을 찍고 조금 짙은 선으로 꽃술과 꽃받침을 간략히 그려 넣었다. 빈 듯하면서도 꽉 찬 정중동의 거의 완벽한 구도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조선조 매화도의 한 전형을 이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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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교심매도(擺橋尋梅圖, 심사정, 비단에 엷은 색, 115.0×50.5cm, 1766,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겸재 정선, 공재 윤두서와 함께 조선조 화가의 삼재(三齎)로 불리웠던 현재(玄齋) 심사정의 작품. 벼슬길이 막힌 채 살았던 60살 노년에 그린 이 그림은 당나라 시인 맹호연이 장안의 파교를 건너 설산에 들어가 매화를 찾아다녔다는 고사를 소재로 한 것이다. 낙락장송이 우거진 산길을 지나 말을 탄 주인공이 시동을 데리고 백설이 우거진 깊은 숲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화면을 압도하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크기가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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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도(花鳥圖, 작자 미상, 종이에 먹, 158.0×77.5cm, 17∼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민화처럼 짙은 색조와 화면의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물가에는 매화와 동백이 활짝 피어 있고, 한쌍의 원앙이 다정히 헤엄치고 있다. 다른 네 마리의 새도 모두 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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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상숙조도(梅上宿鳥圖, 작자 미상, 비단에 먹, 27.4×20.9cm, 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꽃이 벙그러진 매화 가지에서 졸고 있는 새를 옅은 담묵으로 그려냈다. 에스(S)자로 뻗어 올라간 가지가 화면의 구도를 잡아주며 매화 뒤편으로 역시 옅은 담묵의 대나무 잎을 그려 넣었다. 언제든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 수 있는 새는 주위의 변화에 무감한 듯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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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초옥도(梅花草屋圖, 전기, 종이에 얇은 색, 32.4×36.1cm, 19세기 중엽, 조경옥 소장)
임포의 고사에 자신을 대입한 이 작품은 눈 덮인 흰 산, 잔뜩 찌푸린 하늘, 눈송이 같은 매화, 산 속 초옥에서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찾아올 친구를 기다리며 피리를 불고 있는 사람과 오른쪽 밑에 거문고를 매고 다리를 건너 벗을 찾아가는 장면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보듯 몽환적 분위기가 화면에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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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허련, 종이에 얇은 색, 21.0×28cm, 19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추사의 ‘세한도’가 연상되는 그림이다. 송나라 사람 임포는 절강성 서호 근처의 높은 산에 서옥을 짓고 은거하며 매화를 가득 심고 학을 기르며 민가로 내려가지 않고 살았다고 하는데, 이 고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차가운 구름은 겹겹의 음기를 맺고, 오밀한 눈은 한자 남짓 내렸구나, 산들은 푸른빛을 잃고, 숲은 온통 백색으로 뒤덮였다. 외딴 집은 시냇가 깊은 곳에 있어, 문 앞은 아무 발길도 없다. 누가 멀리서 찾아온다면, 그는 반드시 탐매객이리라’는 시제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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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단속사 정당월매(이호신, 종이에 먹, 163.0×265cm, 1998)
현실주의 먹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오랜 세월 사연을 간직하고 자리를 지켜왔던 산청 단속사 정당월매를 그린 것이다. 몇백 년의 세월을 지켜온 매화나무가 어느 날 아침 홀연히 베어져버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그 매화나무의 증명사진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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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매화 1(이구용, 종이에 색, 100×69cm, 2008)
옛사람들의 매화사랑을 흠모하는 작가의 말을 붙인 이구용의 이 작품은 부러 흐릿하게 형체를 어그러뜨렸다. 활짝 핀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요즘처럼 광풍이 부는 시대’에 매화 사랑의 의미를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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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향부동(暗香浮動, 임남진, 종이에 색, 146.5×96.5cm, 2008)
매화 치는 법에는 고목과 새 순을 병치시키고, 줄기의 형체로 뜻을 표현하는 등의 기준이 있는데, 현대도시에서 소요하는 일상을 주로 그려온 작가는 구부린 가지마다 다채로운 사람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민화에서처럼 활짝 핀 꽃술 아래 구부러진 고목 줄기마다엔 옛날과 오늘을 잇는 듯한 사람들의 형체가 작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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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와 항아리(김환기, 캔버스에 유채, 53×37cm, 1957)
신안 안좌도 출신의 작가가 파리에 머물던 때 그린 작품이다. 청색을 기조로 한 이 작품은 전통적 소재인 매화, 달항아리를 몬드리안식 화면분할과 병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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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매화(송필용, 캔버스에 유채, 80×130cm, 2008)
유화물감을 사용하지만 전통적 표현방법과 사의적 대상물들에 익숙한 작가는 화면을 꽉 채운 푸른 색조에 매화와 달을 그리고 배경으로는 한없이 펼쳐지는, 가득한 물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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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와 매화(서미라, 캔버스에 유채, 116.7×80.3cm, 1998)
활짝 핀 매화 나무 곁에 항아리라는 함의 깊은 소재를 병치시켰다. 명암이 대조적이다. 전체 화면은 옅은 청색과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았음을 암시하듯 눈의 색을 닮은 흰색을 주조로 하고, 두 화재를 뺀 나머지 화면을 텅 비워서 울림의 공간을 더 크게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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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매화(한희원, 캔버스에 유채, 110×92cm, 1999)
두꺼운 질감의 매화가지가 대담하게 구부러지며 화면을 채우고 있고, 잔설과 꽃, 달빛이 어우러진 아직 어두운 색조의 작품이다.
출처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원문보기▶ 글쓴이 : 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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