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사랑 - 조동례
벼랑 앞에 서면
목숨 걸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마이산 탑사 앞
암벽을 끌어안은 능소화 또한
아무도 받아 줄 이 없는 절박함이
벼랑을 끌어안을 힘이 된 것이리라
매달리는 사랑은 언제나 불안하여
자칫 숨통을 조이기도 하지만
실낱같은 뿌리마저 내밀어
지나간 상처를 받아들여야
벌어진 사이가 붙는 거라며
칠월 염천 등줄기에
죽음을 무릅쓴 사랑꽃 피었다.
노을빛 조등 줄줄이 내걸고
제 상 치르듯
젖뗀 잎들은 바닥으로 보내며
생의 절개지에 벽화를 그리는 그녀
목숨 걸고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서 유서 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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