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祈禱(기도)/ 정채봉

조용한ㅁ 2010. 9. 27. 10:13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하시며
  추녀끝의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꼭 다문 입술 위에
  어린날에 불렀던 동요을 얹어 주시고
  굳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시 정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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