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조용한ㅁ 2010. 9. 27. 11:25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 편지 2         
                                                       
                                                    나희덕




        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


        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


        이젠 잊혀져도 그만이다 싶을 때

        갑자기 날아온 새는


        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놓고 갑니다.


        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요


        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


        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당신에게도 쉽게 해 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


        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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