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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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의 비밀-K에게 /황동규
마크 로스코의 비밀 하나를
오늘 거제 비치호텔 테라스에서 건졌다.
지난밤 늦게까지 불 켜 있던 고깃배 두 척
어디론가 가버리고
이른 봄밤 새기 전 어둡게 흔들리는 바다와
빛 막 비집고 들어오는 하늘 사이에
딱히 어떤 색깔이라 짚을 수 없는
깊고 환하고 죽음 같고 영문 모를 환생 같은 저 금,
지구가 자신의 첫 바다 쩍 추억을 발라논,
첫 추억을 반죽해 허허로이 두텁게 발라 논 저 금,
점차 가늘어져 그냥 수평선이 될 뻔한 저 금
챠이코프스키-잠자는 숲속의 미녀
색면에서 삐져나오는 신비의 빛
20세기 미술에서는 아름다운 누드나 자연 풍경, 그리고 신화나 역사 등 특정한 이야기는 점차 그림의 주제에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대신 그림은 '색채로 뒤덮여진 평평한 표면'이라는 신념이 강조되었습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그림의 기본 특성인 '평면성'에 주목하여, 물감과 캔버스 자체를 새로운 미술의 주제로 삼는 추상회화가 큰 물결을 이루었습니다. 몇 개의 단순한 색채만으로 넓은 색면을 만들어낸 그림을 색면 추상화라고 합니다. 이런 그림을 그렸던 대표적인 화가가 마크 로드코입니다.
이 작품은 고르게 채색된 직사각형 화면 위에 색이 다른 두 개의 직사각형을 배치한 지극히 단순한 그림입니다. 어떤 구체적인 설명이나 이야기가 전혀 없어 깊은 정적만 흐를 뿐입니다. 화면 위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사각형의 깊은 곳으로 마음을 던져 보세요. 이 그림의 감동은 물감 덩어리 너머로 펼쳐지는 신비한 정신의 세계에 있습니다. 거기에서 어떤 숭고한 느낌과 만날 수 있다. 때로는 아주 은밀하게 희망․절망․공포 같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로드코의 커다란 화면네 담긴 신비로움은 종교적인 느낌마저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로드코의 작품은 중세 교회 예배당에 그려졌던 제단화와 비교하여 ‘현대 종교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로드코는 물감이 캔버스에 여러 겹으로 스며드는 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붓 대신 스폰지를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윤곽선이 불분명한 사각형이 만들어집니다. 높이나 폭은이 다르지만 수평 또는 수직으로 엄숙하게 배열된 거대한 사각형, 미묘한 색조와 밝기의 변화로 희미하게 얼룩져 있는 사각 변, 그 틈새로 삐져나오는 신비스런 광채는 끝없는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갑니다. 그곳은 영혼의 집입니다.
로드코(1903-1970)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태인이었으나 미국에서 성장했다. 1940년대 중반까지는 생명체 같은 형태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초현실주의 경향의 그림을 그렸다. 1947년 무렵부터 2개 혹은 3개의 직사각형 색채 덩어리를 그리는 독자적인 작품을 펼쳤다. 로드코는 색면 추상 화가들 중 연장자이면서 가장 유명한 화가다. 그는 신비스러운 종교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일련의 색면회화를 제작했다. 〈초록, 빨강, 그리고 오렌지〉〈검정 위의 옅은 빨강〉 등이 그의 작품 제목이다. 로드코는 하버드 대학이나 텍사스 휴스턴의 한 예배당에 여러 개의 화면을 대규모 연작처럼 제작했다. 관객은 거대한 화면에 완전히 둘러싸여 작품 속의 참여자가 되고 만다. 로드코는 클리포드 스틸과 함께 '미국적 숭엄함'을 표현한 가장 대표적인 화가다. 색면 추상은 극단적인 형태의 단순화와 내부의 형태를 캔버스의 장방형 구성과 연관시킨 것은 미니멀 아트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색면 추상은 1960년대까지 계속되어 색과 캔버스가 일체가 되는 후기 회화적 추상으로 발전하여 케네스 놀란드․모리스 루이스와 같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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