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김 용 택

속눈썹 중에서

조용한ㅁ 2013. 9. 11. 23:05

 

自序

 

 

사랑은 떠나고

빈집에서 나와 노래한다.

 

사랑 말고

우리가 노을 아래 엎디어 울 일이

또 무엇이 있을꼬

어느날의 일이었던 사랑이여!

또 어떤 날의 이별이었던 노을이여!

삶이 어찌 그것들을 다 이기겠는가

 

 

바람

 

 

바람도 없는데

창문 앞

나뭇잎이 흔들리네요.

 

나를 안아주세요.

 

 

속눈썹

 

 

산그늘 내려오고

창밖에 새가 울면

나는 파르르

속눈썹이 떨리고

두 눈에

그대가 가득 고여온답니다.

 

 

눈물

 

 

너 없이도 가을은 오고

너 없이도 가을은 가는구나

돌아누우면 멀리

뜨는 달

사랑은

그렁그렁한

한 방울 환한

하늘의

눈물이구나.

 

 

 

 

어젯밤

나는

네 얼굴을 보려고

 

달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나비

 

         - 김용택

 


초록의 새잎 위로
이슬비가 건너가듯
나는 그대를 향해
한 잎 두 잎 건너갑니다.

오!
바람이 불면
초록의 새잎 위를 건너가듯
나는 그대를 향해
한 잎 두 잎 건너가는
맨발의 이슬비였답니다.

한 잎, 또 한 잎,
다시 또 새롭게 한 잎,
그 나뭇잎 위로 건너와 앉아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는 하얀 나비랍니다.

 

 

'아름다운글 > 김 용 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가 질때/ 김용택  (0) 2014.07.01
죄/김용택  (0) 2014.05.02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0) 2013.05.26
그 강에 가고 싶다 ...김용택  (0) 2013.04.29
그대 모르게 - 김용택   (0) 201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