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그림/때로는 나도

[스크랩] diary.사소한 일상중의 어느하루

조용한ㅁ 2014. 9. 22. 21:29

 

 

 

 

 

 

어찌어찌 의왕미협과 연결이 되어, 정기전에 출품은 하였으나,

전철과 택시를 번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을 핑게로 프레임도 없이 그림을 전시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눈에 띄지않게 평범한 그림이 전시실 가장 후미진곳에 스포트 라이트 조차 없이 걸려있었다.

 

작품은 곧 작가의 자화상이란 이론에 공감하는 나.

누군가의 눈엔 아무것도 아닌, 허접한 그림일 수도 있는 내 그림의 처지가 마치, 현실의 나인듯해서,

그게 싫어서, 당번의 권한으로 의자를 가져다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다른 작품에 두개씩이나 꽂혀진 조명등 중 하나를 내 작품쪽으로 돌려놓았다.

그래도 초라한건 마찮가지였지만, 나로선 더 어찌 해 볼 수 없는 일.

 

약속시간에 맞춰 나를 위해 싱싱하고 성실한 난 화분을 안고, 전시장을 찾아주신, 애리님, 샛별님, 지봉님과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한 조각 위로와 행복을 구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부러 수원역에서 내려, 역사 안에 있는 애경백화점으로 갔다.

언제부턴가, 문득문득 술을 마셨으면 했었으므로, 조금쯤은 고급스러운 꼬냑을 사고 싶었는데, 적당한게 없었으므로

그냥 평범한 레미마틴을 한 병 샀다.

다시 전철을 타고 나 사는 배방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오다가 가끔 가는 커피솦으로 들어갔다.

 

얼음을 잔뜩 넣은 예가체프에 꼬냑에 세트로 들어있는 미니어처를 꺼내 두어방울 섞어마셨다.

 

좀처럼 가시지 않던 우울이 화들짝 놀라 흩어지는 느낌, 그 뒤에 번지는 뜨거움을 즐기며 리필은 뜨거운 안티구아로 주문.

남은 술을 넣어 마셨다.

술을 마신걸까, 커피를 마신걸까..........아니.

우울을, 소외감을, 마신것일까?

 

 



몸이 내리지 못한 역에

마음이 먼저 내렸습니다

닫힌 자동문 앞에서

내리지 못한 몸이 강물을 바라봅니다

불빛에 반사되어 환해진 마음

눈썹 밑에서 가랑비처럼 젖는 마음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지만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플랫폼으로 들어오던 얼음 같은 기차를

보내고 또 보내고

초승달이 수줍게 눕는 강물 위를

오래도록 함께 걷고 싶었습니다



자루 벌레 같던 젊음은

검은 터널 속으로 휙휙 사라져 갑니다

나는 오늘도 늙어가는 역에

마음만 내려두고 지나갑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역을 지나고 있나요

 

 

시: 최진화 <늙어가는 역>

 

 

출처 : 그리고 그림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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