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차 한 잔, 그리고...... / 오광수

조용한ㅁ 2014. 12. 10. 22:47

* 차 한 잔, 그리고...... /    오광수 *


파름하게 다가오는 차 한 잔으로
세상 붙잡은 한 끈을 놓고
또르르르
차 따르는 소리가
지리산의 운해(雲海)를 건너가는데

방안 가득히 번지는 차향(茶香)이
먼 기억, 저 편에서
어긋났던 인연의 모습들을
하나씩 하나씩 낮익은 향기가 되어
조용히 불러내고있다

마주앉은 마음은 만감(萬感)인데
권하는 하얀손이 아직도 너무 고와
찻잔잡은 내 손이
보일듯, 아니 보일듯 작게 떨림은
나도 모르는 지우지 못한 가슴이 있는가?

한 모금 머금고 삼키기전에
잔 밑에 손받치고 앞을보니
예전에 보았던 밝은 모습대신
다소곳 잿빛 고운 바위하나가
지리산 푸름앞에 앉아있다

더 바랄 수 없음이야
고개숙여 합장하는 모습에
깎은 머리가 모자사이로 보이고
이제야 들리는 풍경소리
햇차가 뭉클함이 되어 가슴에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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