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수필.기타

Splendor in the Grass(초원의 빛)

조용한ㅁ 2019. 5. 21. 12:11

 

Splendor in the Grass(초원의 빛)

 

윌리엄 워즈워드 (William Wordsworth 1770-1850)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떠랴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불러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적인 공감에서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

마음을 달래주는 생각에서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죽음 너머를 보는 신앙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을 가져다주는 세월에서

 -----------------------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1770-1850)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그대를 향한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하얗게 마르는 날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

꽃의 영광이여 !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세월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그 빛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한때는 그토록 찬란했던 빛이었건만

이제는 덧없이 사라져 돌이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

꽃의 영광이여 !

 

다시는 찾을 길 없더라도

결코 서러워 말자.

우리는 여기 남아 굳세게 살리라.

 

존재의 영원함을

티 없는 가슴에 품고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며

죽음의 눈빛으로 부수듯

티 없는 믿음으로 세월 속에 남으리라.......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


  


최용현(수필가


1928년 미국 캔자스 주의 어느 마을, 키 크고 잘생긴 부잣집 아들 버드(웨렌 비티 扮)와 가난한 집 딸이지만 예쁘고 착한 디니(나탈리 우드 扮)가 마을 저수지 옆에 세워둔 차안에서 뜨겁게 키스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이다. 혈기왕성한 버드는 디니와 육체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디니는 두려운 마음과 부모들의 엄격한 훈육 탓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버드가 다른 여학생과 어울리자, 디니는 버드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으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다. 가위로 자신의 머리를 자르는가 하면, 담배를 피우고, 야한 옷을 입고 파티 장에 나타나 거기서 마주친 버드를 차 안으로 유인하여 육체관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충격을 받은 버드가 응하지 않자, 디니는 급기야 히스테리를 일으켜 마을 저수지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한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디니.
 

한편, 농장경영이 꿈인 버드는 명문대학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대로 예일대에 진학하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 무렵 미국 전역에 휘몰아친 대공황 때문에 주식이 폭락하자, 아버지는 전 재산을 잃은 충격으로 자살한다. 거기에다 유일한 혈육인 누나마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버드는 외톨이가 되고 만다. 대학을 그만 두고 스스로 살길을 찾는 버드.
 

세월이 흐르고, 버드는 힘들고 외로울 때 힘이 되어준 카페 집 딸 안젤리나와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농장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디니는 정신병원에서 한 환자와 친하게 지냈는데, 전직의사였던 그는 퇴원 후 신시내티에 병원을 차리고 디니에게 청혼을 한다.
 

완쾌한 후 집에 돌아온 디니는 버드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 학교친구들과 함께 버드의 농장을 방문한다. 한 때 열렬히 사랑했지만 이제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어있는 버드와 2년여 만에 재회하는 것이다. 두 연인의 짧은 해후,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디니는 버드의 아이를 안고 볼을 비빈다. 버드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는 걸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음을 알지만 이제 가야할 길은 엄연히 다르다. 안젤리나에게 인사를 하고 버드와 함께 걸어 나오면서 디니가 묻는다.
 

 “행복하니, 버드?”
  “그런 거 같아. 행복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어. 너는 어떠니?”
  “나, 다음 달에 결혼할 거야. 신시내티 사람이야.”
  한 동안 말이 없는 두 사람, 버드가 먼저 입을 연다.
  “때때로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거 같아. 그렇지 않니?”
  “맞아. 그런 거 같아.”
  그때는 이런 이별이 올 줄 어디 상상이나 했겠는가. 버드가 다시 말을 잇는다.
  “네가 행복하길 바랄게, 디니.”
 

그 짧은 말 속에 그간의 그리움과 이별의 아픔이 묻어있는 것 같다. 디니 일행이 먼지 나는 시골길을 되돌아 나올 때 차안에서 한 친구가 묻는다.
 

 “디니, 너 아직도 버드를 사랑하니?”
 

한층 성숙해진 디니, 대답 대신 엷게 미소 지으며 문학 수업시간에 배운 시 한 구절을 가만히 떠올린다.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한 때 그처럼 찬란했던 빛이었건만/ 이제 영원히 내 눈앞에서 사라져가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이제 그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차라리 그것이 남기고 간 자취에서 힘을 찾으리.)

너무나도 유명한 시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의 일부분이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영생불멸을 깨닫는 노래’라는 이름으로 쓴 송시(頌詩, Ode) 11편 중 열 번째에 수록된 작품이다.
 

영화 ‘초원의 빛’은 이 시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 이 시가 잘 녹아있는 작품으로, 거장 엘리아 카잔 감독에 의해 1961년에 만들어졌다. 성 개방 풍조가 서서히 퍼지고 있던 시기와 맞물려, 그 시대 젊은이들의 육체적인 열망과 정신적인 고뇌, 부모와의 마찰 등을 실감나게 담아낸 청춘물의 수작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만년소녀 같은 이미지의 여주인공 나탈리 우드는 이 영화 이후 제임스 딘과 함께 출연한 ‘이유 없는 반항’(1955년)과 뮤지컬의 전설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1961년) 등에서도 여주인공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40대 초반이던 1981년, 남편인 영화배우 로버트 와그너와 함께 요트여행을 떠났다가 익사했다. ‘사고사이냐 남편이 죽였느냐’로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남자주인공 웨렌 비티는 한때 할리우드에서 바람둥이로 명성을 날리긴 했지만, ‘벅시’(1991년)에서 공연한 여배우 아네트 베닝과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간혹 그의 늙고 주름 가득한 모습을 볼 때면 ‘초원의 빛’에서의 풋풋하던 모습이 떠올라 괜히 서글퍼지기도 한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스무 살 시절에도 그랬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봐도 가슴이 아려온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첫사랑이 지닌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첫사랑은 애틋한 설렘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