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올레길 마흔두 개의 초록 작가마종기출판문학과지성사발매2015.05.26.리뷰보기 저녁 올레길 마종기 여기서부터는 내가 좀 앞서서 갈게. 오래 걸어서인지 다리가 아파오지만 기어이 떠나려는 노을을 꼭 만나려면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가야겠어. 모두들 내 시간은 얼마 안 남았다니까. 함께 걸어주.. 아름다운글/마종기 2016.07.08
길 / 마종기 Jean Crotti (1878-1958) - WOMAN WITH BOAT 길 / 마종기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 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 아직 믿기지는 않지만 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 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 들리냐. 바닷바람은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물안개 .. 아름다운글/마종기 2016.07.08
꽃의 이유理由 2 -- 마종기 꽃의 이유理由 2 -- 마종기 ​ -- 귀 아무리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가는 비가 며칠째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러니까 창문이었겠지. 보라빛 꽃이 안개같이 많이 보이고 비 속에서 그 꽃이 지고 있었다. 나는 문득 튼튼한 사내가 되고 싶었다. 1. 꽃 해늦은 저녁, 병원 뜰에서 꽃에게 말을 거.. 아름다운글/마종기 2014.03.19
바람의 말 /마종기 거의 20년 전에 내가 받은 한 통의 편지를 여기에 참고삼아 소개해본다. 편지를 주신 분은 예순 살 정도이셨던 것 같다. 깨끗하고 잘 쓴 글씨의 긴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 분은 1년 전 사랑하고 존경하던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 남편의 긴 투병 중 점점 쇠약해가던 .. 아름다운글/마종기 2014.03.14
물빛1 물빛1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 아름다운글/마종기 2011.10.17
바람의 말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 아름다운글/마종기 2011.10.03
[스크랩] 바람이 전하는 말 - 조용필 거의 20년 전에 내가 받은 한 통의 편지를 여기에 참고삼아 소개해본다. 편지를 주신 분은 예순 살 정도이셨던 것 같다. 깨끗하고 잘 쓴 글씨의 긴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 분은 1년 전 사랑하고 존경하던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 남편의 긴 투병 중 점점 쇠약해가던 말기의 어느 .. 아름다운글/마종기 2011.10.03
간절한 간절한 살아 있는 말 몇 마디 나누고 싶어서 날씨처럼 흐릿한 몸이 더워 올 때도 너는 이 땅 위에서는 보이지 않고 창 밖에는 어디서 보내 온 반가운 소식, 간절한 눈발이 눈 시리게 하누나. 주위의 집들이 다시 숨기 시작하고 젊은 나무들이 앞장서 걸어 나온다. 세상에 떠다니던 모든 간절한 것들은 .. 아름다운글/마종기 2011.10.03
간절한/마종기 간절한 / 마종기 살아 있는 말 몇 마디 나누고 싶어서 날씨처럼 흐릿한 몸이 더워 올 때도 너는 이 땅 위에서는 보이지 않고 창 밖에는 어디서 보내 온 반가운 소식, 간절한 눈발이 눈 시리게 하누나. 주위의 집들이 다시 숨기 시작하고 젊은 나무들이 앞장서 걸어 나온다. 세상에 .. 아름다운글/마종기 2011.10.03
이 세상의 긴 江 - 마종기 이 세상의 긴 江 - 마종기 며칠 동안 혼자, 긴 강이 흐르는 기슭에서 지냈다. 티브이도, 라디오도 없었고, 문학도 미술도 음악도 없었다. 있는 것은 모두 살아 있었다. 음악이 물과 바위 사이에 살아 있었고, 풀잎 이슬 만나는 다른 이슬의 입술에 미술이 살고 있었다. 땅바닥을 더듬는 벌레의 가는 촉수.. 아름다운글/마종기 2008.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