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落書같은 - 김민홍

조용한ㅁ 2009. 6. 11. 10:01

 

 落書같은 - 김민홍





바람이 분다
나는 늘 목이 마르다
살려고 애써야겠다 라고 쓴
폴 발레리*를 생각했다
바람이 분다
나는 불어를 모른다
그저 번역을 읽었을 뿐이다
불어를 잘 하는 사람이 부럽지는 않다
원문과 번역 사이
건널 수 없는 개울을 생각했다
그대와 나 사이,
건널 수 없는 개울도 생각했다
물론 번역 혹은
그대에 대한 나의 오독(誤讀)도,
산다는 것, 오독(誤讀)일지 모른다
바람이 분다
나는 여전히 목 마르다
정말 살려고 애써야 하는 걸까


* 폴 발레리 : 프랑스 상징주의시인의 시 ,<해변의 묘지> 마지막 행
“ 바람이 분다 / 살려고 애써야겠다” 에서 인용함


월간 무용 전문 잡지 <춤> 11월호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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