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 정희

조용한ㅁ 2009. 7. 11. 00:32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 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원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에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의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음의 땀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랴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랴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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