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고정희

그대 생각

조용한ㅁ 2009. 8. 28. 20:55

그대 생각 / 고정희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대 쓸쓸함에 다가갔다가


      그 쓸쓸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어떤 것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가 돌아오는


      발걸음을 멈췄을 때,


      내 긴 그림자를 아련히 광내며


      강 하나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거리에서 휘감고온 바람을 벗었을 때

       

       

       이 세상에서 가장 이쁜 은방울꽃 하나

       

       바람결에 은방울을 달랑달랑 흔들며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이후 이 세상 적시는 모든

      강물은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서는

      내 뒷모습으로

      뒷모습으로 흘렀습니다


      -고정희의 詩<그대 생각>


       

       



       

      그대 생각 / 고정희 너인가 하면 지나는 바람이어라 너인가 하면 열사흘 달빛이어라 너인가 하면 흐르는 강물이어라 너인가 하면 흩어지는 구름이어라 너인가 하면 적막강산 안개비여라 너인가 하면 끝모를 울음이어라 너인가 하면 내 살 찢는 아픔이어라 음악,The Seer And The Seen /In Gowan Ring

       

       

      그대 생각
                       詩 고정희  


      아침에 오 리쯤 그대를 떠났다가
      저녁에는 십 리쯤 되돌아와 있습니다

      꿈길에서 십 리쯤 그대를 떠났다가
      꿈 깨고 오십 리쯤 되돌아와 있습니다

      무심함쯤으로 하늘을 건너가자
      바람처럼 부드럽게 그대를 지나가자
      풀꽃으로 도장 찍고
      한달음에 일주일쯤 달려가지만

      내가 내 마음 들여다보는 사이
      나는 다시 석 달쯤 되돌아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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