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김 용 택

그 사람 - 김용택-

조용한ㅁ 2010. 1. 14. 20:15






        
        그 사람
               - 김용택-
        작은 바람 결에도 
        멀리 흔들리는 
        아주 작은 풀잎같이 
        작은 산 그늘에 붙잡혀도 
        가지 못하는 풀꽃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네 
        아침에 새들이 잠 깨우면 
        이슬을 털며 산 길을 가고 
        이슬이 옷깃을 적시면 무거워서 
        산 길에 앉아 쉬는 사람 
        강 가에서 강이랑 나무들이랑 아이들이랑 
        오래오래 산다네 
        이름 없는 산 골짜기 
        늦가을 해 저문 산 길같이 외로운 그 사람 
        봄이 오면 봄 산으로 
        여름 오면 여름 산으로 
        가을 오면 가을 산으로 
        겨울 오면 겨울 산으로 
        세상을 오고 가는 사람 
        이 세상 꽃이 다 져 버려도 
        늘 꽃 피는 들길 산 길 강 길을 가진 사람 
        아, 저물어 오는 산같은 그리움을 품은 사람 
        그 사람 
        바람부는 들판에 서면 
        들판같이 바람 가득한 사람 
        해 지면 금새 잠드는 아주 작은 풀꽃같이 
        산 그늘 끌어 덮고 
        그는 잔다네 
        그는 산다네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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