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부재중 - 하순일

조용한ㅁ 2010. 9. 29. 09:53

     
     부재중 
    - 하순일 -
    혼자일 때는 바람이 불지 않아도
    흔들리는 날이 많았다
    잠이 들면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할것만 같은 날
    구원에 자신이 없을 때면
    더욱 흔들리었다가
    비가 내려도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무정난이나 품었던 내가
    부질없을 때와
    일조량이 모자라 흑백사진 같은 내가
    싫을 때도 흔들리었고
    바람이 불면 불어서 흔들리었다
    내 생애 진딧물이 끼어
    제 풀에 진득이는 내가
    비참 할 때도 그랬고
    기초대사량 만으로 연명해야 했던 때
    흔들릴 기운 없이도 흔들리면서 나는
    그랬다
    멀리서도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면
    바람이 거기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나를 흔드는 누군가
    있으면서도 부재한 그로 인해
    또 나는 흔들리고
    봄과 가을처럼 먼 각도에서
    그를 찾는 일로도 흔들리고
    아! 흔들리고 흔들리고
    망초꽃잎이나 되어 흔들리고.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가에서  (0) 2010.10.01
먼 훗날  (0) 2010.09.29
가을빛 - 이외수  (0) 2010.09.29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0) 2010.09.27
祈禱(기도)/ 정채봉  (0) 2010.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