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조

금아연가

조용한ㅁ 2011. 1. 19. 21:13

 

 

 

 

금아연가

              피천득

 

 

 

1::  길가에 수양버들 오늘따라 더 푸르고

                         강물에 넘친 햇빛 물결 따라 반짝이네
                         임 뵈러 가옵는 길에 봄빛 더욱 짙어라.
 
               2::  눈썹에 맺힌 이슬 무슨 꿈이 슬프신고
                       흩어진 머리칼은  한 낮 위에 오리오리
                       방긋이 열린 입술에  숨소리만 듣노라. 
 
                 3::  높은것 산이 아니 멀은 것도 바다 아니
                       바다는 건널 것이 산이라면 넘을 것이
                       못 넘고 못 건너가올 길이오니 어이리.
 
              4::  모시고  못 산다면 이웃에서 사오리다
                      이웃서도 못 산다면 떠나 멀리 가오리다
                      두만강 강가이라도  이편 가에 사옵고저.
 
              5::  보는 것만이라도 기쁨이라 하셨나니
                     지금도 이 땅 위에 같이 살아 있는 것을
                     어떻다 그 기쁨만도 드려서는 안되는고.
 
               6::  추억에 지친 혼이 노곤히 잠드올 제
                       멀리서 가만가만 들려오는 발자욱은 
                       꿈길을 숨어서 오는 임의 걸음이었소. 
 
              7::  그리워 애달파도 부디 오지 마옵소서
                      만나서 아픈 가슴 상사보다 더 하오니
                      나 혼자 기다리면서 남은 일생 보내리다.
 
              8::  목청이 갈라지라  엷은 가슴 미어질 듯
                      제 사랑 제 못 이겨 우는 줄도 아옵건만
                      아쉬운 마음이라서 행여행여 합니다.
 
             9::  번지고 얼룩지고 마디마디 아픈 글을 
                      입술 깨물고서 말 만들어 보노라니
                      구태여 흐르는 눈물 편지 다시 적시오.
 
           10::  날 흐린 바다 위에  갈매기들 우는 고야
                     흩어진 머리칼에 빗질 아니 하시리니
                     비나니 임의 나라에 날씨 명랑 합소서.
 
          11::  때마다 안타까워 불러 보는 그 이름은 
                    파란 하늘 푸른 물결 두사이를 지나가서
                   애달픈 목소리라도 다시 들려 주어라.
 
         12::  하루를 보내노면 와서 있는 또 하루를 
                  꽃이 져도 잎이 져도 찾아 오는 또 하루를 
                  닥쳐올 하루하루를 어찌하면 좋으리오.
   
        13::  오실리 없는 것을 기다리는 이 마음을
                  막차에 나리실듯 설레는 이 가슴을 
                  차 가고 정거장에는 장명등이 꺼지오.
 
        14::  예서 마주 앉아 꽃다발을 엮었거니
                  흩어진 가랑잎을 즈려밟는 황혼이여
                  여울에 그림자 하나 흘러 흘러 갑니다.
 
        15::  문갑에 놓인 사진 고요히 빛을 잃고
                 어스름 어슴푸레 이 하루도 저무를 제
                 나뭇잎 지는 소리를 아픈 가슴 듣노라.
 
        16::  꿈같이 잊었과저 구름 같이 잊었과저
                  잊으려 잊으려도 잊는 슬픔 더욱 커서
                  지난 일 하나하나를 눈물 적셔 둡니다.

 

17

설움은 세월 따라

하루 이틀 가오리다

 

아름다운 기억만이

가슴속에 남으리다

 

엣 얼굴 떠오르거든

고이 웃어 주소서

 

18

훗날 잊혀지면

생각하려 아니하리

 

이따금 생각나면

잊으려도 아니하리

 

어디서 다시 만나면

잘 사는가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