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공지/게시물

정채봉님의 시

조용한ㅁ 2012. 7. 3. 11:54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사랑을 위하여 -정채봉-


사랑에도
암균이 있다
그것은
의심이다

사랑에도
항암제가 있다
그것은 오직
믿음

 

 

만남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지울수 없는말 -정채봉-

마술사로 부터 신기한 지우개를 받은 사람이 있었다
"이 지우개로는 어떠한 것도 다 지울 수 있다. 딱 한가지만 빼고는."
그는 지우개를 가지고 신문을 지워 보았다


세계의 높은 사람들 얼굴을
그리고 말씀을
그러자 보라 정말 말끔히 지워지고 없지않은가
그는 신이 났다
그림책도 지우고
사진첩도 지웠다
시도 지우고
소설도 지웠다



그는 아예 사전을 지워버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지우개로 아무리 문질러도
다른 것은 다 지워지는데
한 단어만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문지르고 문지르다
마침내 지우개가 다 닳아지고 말았다
그와 그 지우개가
끝내 지우지 못한 단어는 이것이다

"사랑"

 

 

눈 오는 한낮 -정채봉-

 

그립지 않다
너 보고 싶지 않다
마음 다지면 다질수록
고개 젓는 저 눈발들...

 

 

내 마음의 고삐 -정채봉-

                   
내 마음은
나한테 없을 때가 많다.
거기 가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데도 어느새
거기 가 있곤 한다.

거기는 때로
고향이기도 하고,
쇼무대이기도 하고
열차 속이기도 하고,
침대 위이기도 하다.



한때는
눈이 큰 가수한테로
달아나는 내 마음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아침이슬에 반해서
챙겨오기가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저녁노을,
겨울바다로 도망간 마음을
수습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이제
내 마음은
완전히 너한테 가 있다.
네 눈이 머무는 곳마다에
내 마음 또한 뒤지지 않는다.
너는 내 마음의 고삐인 것이다.



네가 자갈길을 걸으면
내 마음도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때가 많을 것이다.
네가 가시밭에 머물면
내 마음도 가시밭에서
방황할 것이다.



너는
나를 위해서도
푸른 초원 사이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거기에 있어야 한다.



너는
내 마음의 고삐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그땐 왜 몰랐을까 -정채봉-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내 세상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붙들었어야 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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