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yne before the Areopagus , 1861
Oil on canvas _ 31 3/8 x 50 3/8 inches (80 x 128 cm) _ Kunsthalle, Hamburg, Germany Jean-Léon Gérôme( Painter, Sculptor / France, Orientalism / born 11 May 1824 - died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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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의 현신이라고 일컫어 질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 프리네(phyrine).
유명한 조각가 프락시틸레스(praxitilles)가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 신상을 제작할 때 모델로 삼은 여인이 프리네라니 그녀의 아름다움은 가히 천상의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AD 4세기 경에 살았던 그녀는 빈민의 가정에서 태어난 창부(hetaira)였다. 말이 창부지 흥등가에서 값싸게 몸을 파는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창부에도 등급이 있었단다. 업소 주인에게 속한 노예들인 최하위급 포르네(porne), 거리를 돌아다니며 호객행위를 하는 페리피테티케(peripatetike)는 한 등급 위의 창부였다. 최고 등급은 프리네가 속한 헤타이라(hetaira)이다. 헤타이라는 '여자동행' 이란 뜻인데, 이들은 여행을 떠나는 사업가들을 동행했고, 고급 식당에 드나 들었으며, 자기 재산을 직접 관리했으며, 손님들에게 조언도 해주었고, 정치에도 관여했다. 또한 그녀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는데, 이는 자기들의 자유와 재산을 가부장제하의 노예생활과 바꿀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특히나 프리네는 소녀와 같은 청순함에 지성까지 겸비하여 당시의 시인들, 사상가들, 정치가들과 갑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애타게 만들었다 한다. 우리나라의 '황진이' 쯤 있었다 할까?
이러한 프리네가 왜 알몸으로 마치 뉘인 십자가 같은 법정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일까?
에우티아스라는 도덕주의자가 이 천상의 미의 화신인 그녀를 '신성모독'으로 법정에 고발했다. 엘레우시스의 '신비극' 공연시 그녀가 알몸을 드러냈기 때문이란다. 그는 도덕의 이름으로 육체의 미를 십자가 위에 매달려한 것이다. 어쨌든 프리네의 그 행동은 당시 헬레니즘 시대 그리스에서 대개 사형 선고감이었다 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나부에 대한 검열의 칼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것은 중세 기독교 문명, 우리 나라의 경우 엄격한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을 거치면서 사람들에게 세뇌되다시피한 육(肉)에 대한 경멸이 선입견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결국 프리네는 그와 같은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죽음의 선포는 가까워오고 프리네의 절망은 나락으로 치닫는다. 숨조차 쉴 수 없는 중압감으로 목이 타는 순간이다. 이 때 프리네의 전 애인 히페레이데스(Hypereides)가 그녀의 변호인으로 나선다. 마지막으로 그는 프리네의 아름다움에 호소한다. 근엄한 심판관들 앞에서 마치 아프로디테 여신상의 제막식 휘장을 걷어 내듯 확 잡아 들춘 프리네의 옷자락 사이로 그녀의 눈부신 육체가 드러난다. 순간 본능적인 부끄러움에 프리네는 얼굴을 가리고 심판관들은 제각기 그녀의 육체의 황홀경에 빠져 입을 다물 줄 모른다. 그림은 확대해서 심판관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놀랬는지 충분히 알 만하다. 여기저기서 '오 마이 갓(Oh! my God!)', '뜨아'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특히 히페레이데스의 옷자락 뒤, 왼쪽 구석에 앉아 있는 에우티아스의 안타까운 표정에 가히 실소를 금치 못한다. 히페레이데스는 천으로 이 비열한 위선자의 시선을 가로 막았다. 그는 영원히 신적인 아름다움을 훔쳐 볼 수 없으리라. 심판관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절대적인 신의 의지로 받아드렸다. 신의 의지로 만들어진 이 여인에게 죄를 묻는 것 만으로도 불경죄를 짓는 것이며 신에 대한 도전이라 여겼으리라. 신 앞에서 인간의 모든 피조물은 효력을 상실한다. 선고는 내려졌다. 무죄!!
19세기 프랑스의 살롱 화가 제롬은 아름다운 프리네를 남성들의 관음증/절시증(voyeurism)을 자극하는 욕망의 화신, 남에게 은근히 보이고 싶어하는 은밀한 노출증의 욕망의 결합으로 표현했다.
제롬의 그림에서 살펴 본 프리네, 그녀처럼 눈을 휘어 잡는 뛰어난 미모는 죄와 죽음까지도 피해가고, 도덕까지 뒤흔들 만큼 마력을 발휘한다는 말인가? 그림 속 심판관들처럼 대다수의 남자들은 미모가 출중한 여인은 숭고하고 선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도덕적으로 선한 것과 외모의 아름다움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