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공지/게시물

아름다운 그녀들, 그리고 그들의 바다

조용한ㅁ 2012. 9. 10. 23:36

"오늘은 흐림, 내일은 비"라는

일기예보가 무색하도록 쾌청한 날씨.

하늘은 투명했고 바다는 초록빛으로 깊었으며 때로는 은빛 찬란하게 반짝였다.

우리는 싱그러웠으며 아름답고  행복했다.

 

 

 

 

 

 

 

 

 

 

 

 

 

 

 

 

 

 

팬션측의 시행착오였을까? 매 끼니마다 우리는 밥 줄때를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

무심재여행에선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사람 귀한 섬인지라 인력을 구할길도 없었을테고 아마도 팬선 주인은 막막했으리라.

 

얼굴이 예쁜 사람은 마음도 예쁘다고 했던가?

어느새 젊고 어여쁜 이들이 부엌과 마당을 가로지르며 바삐 움직이더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먹거리를 내오는것이었다.

그들은 어느 한끼도 앉아서 받아먹는 여행자의 자세가 아닌, 시장한 길손을 위한 봉사자가 되어있었다.

 

나는 엉거주춤 마당과 부엌을 서성이며

땀을 뻘뻘 흘리며 칼국수를 끓여내고 뜨겁고 무거운 국솥을 들고 뛰다시피 마당을 가로지르는 어린 친구들을 보며

이들이 곧,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를 아름답게 하는  윤활유라는 생각을 했다.

 

 

 풀등에서....

나는 여기서 사막을 느꼈고, 오아시스 또한 느꼈다.

자히르는 여기서 시 한편을 구상했는데 ...

 

풀등고래 

김경성

 

 

기억의 집은 견고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축대 밑이 온통 암벽이다

창호지 문에 구멍을 내고 방안을 들여다본다

자글거리는 생각들과 빛바랜 사진이 수북이 쌓여 있어서

시간을 잊으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기억의 집을 찾아서 하루에 두 번씩 오는 고래가 있다

대이작도 큰풀안 언덕에 앉아 있으면

바다 한가운데 고래 한 마리가 엎으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들썩 꼬리를 흔들 떄면

새들은 고래 몸속으로 흘러들어 가는 물 길에 발목을 묻고

수만 장의 사진을 연대기별로 정리한다

중략.....

 

여기서 중략하는 이유는 그녀가 어쩌면 그 시를 따로 올릴 생각일지도 모르므로....

 

 

 

 

 

 

 

 

 

 

 

 

 

 

 

 

 

 

 

대이작도는 내게 가장 찬란한 바다로 기억될것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일을 진행하신 무심재님을 존경하며,

한마디  불평없이 매 끼니마다 수고를 아끼지않은 아름다운 길동무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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