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꽃 - 서정주
머리에 석남(石南)꽃을 꽂고
네가 죽으면
머리에 석남 꽃을 꽂고
나도 죽어서
나 죽는 바람에
네가 놀래 깨어나면
너 깨는 서슬에
나도 깨어나서
한 서른 해만 더 살아 볼꺼나
죽어서도 살아서
머리에 석남 꽃을 꽂고
서른 해만 더 한 번 살아 볼꺼나
석남꽃 꺾어 - 송수권
무슨 죄 있기에 오가다
네 사는 집 불빛 창에 젖어
발이 멈출 때 있었나니
바람에 지는 아픈 꽃잎에도
네 모습 어리울 때 있었나니
늦은 밤 젖은 행주를 칠 때
찬그릇 마주칠 때 그 불빛 속
스푼들
딸그락거릴 때
딸그락거릴 때
행여 돌아서서 너도 몰래
눈물 글썽인 적 있었을까
우리 꽃 중에 제일 좋은 꽃은
이승이나 저승 안 가는 데 없이
겁도 없이 넘나들며 피는
그 언덕들 석남꽃이라는데
나도 죽으면
겁도 없이 겁도 없이
그 언덕들 석남꽃 꺾어들고
밤이슬
풀비린내 옷자락
적시어가며 네 집에 들리리라 !
신라에 최항(崔伉, 字:石南)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부모의 반대로 애인을 만나지 못하다가 그만 덜컥 죽어 버렸다. 그런데 죽은지 여드레 만의 한밤중에 최항이 문득 애인 집에 나타났다. 여자는 그가 죽은 줄도 모르고 기뻐 맞이했다. 최항은 머리에 석남 꽃을 꽂고 있었는데 그 꽃을 여자한테 나누어 주면서 "부모님이 너하고 같이 살아도 좋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는 그날 밤에 항과 함께 그의 집까지 갔는데 대문이 잠겨 있어 항이 먼저 담을 넘어 들어갔으나 소식이 없었다. 아침이 되어 항의 집 하인이 밖에 나왔다가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여자를 보고 무슨 일인가 물었다. 여자가 항과 같이 왔다는 이야기를 하니 하인은 "그 분이 세상 떠난 지 벌써 여드레나 되었는데 오늘이 묻는 날입니다. 같이 오시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라고 했다. 여자는 항이 주어서 머리에 꽂고 있던 석남 꽃을 가리키며 "그 분도 틀림없이 이 꽃을 머리에 꽂고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래 그런가 안 그런가 어디 보자고 항의 집 식구들이 관을 열고 들여다 본 즉 정말로 항의 머리에는 석남 꽃이 꽂혀 있었고 옷도 금시 밤 풀 섶을 거쳐 온 듯 촉촉이 젖은 채였으며 신발도 신겨져 있었다. 여자는 항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기가 막혀 울다가 그만 숨이 넘어가게 되었는데 그 서슬에 항이 깜짝 놀라 되살아났다. 그래 둘은 그 후 서른 해를 함께 살며 늙어갔다고 한다. - 大同韻玉에 전해져 오는 新羅 때의 石南花 이야기 -
석남꽃은 석남화[石楠花]라고도 불리는 꽃인데 원래 이름은 ‘노란만병초’이다. 신라 시대의 전설처럼 죽은 이도 살릴 수 있다는 꽃이다 보니 만병통치약인양 알려져 왔다. 노란만병초’는 진달래 과의 식물로 백두산이나 북부 고산 지대에서 자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야생화이다. (詩와 함께 실린 석남꽃 사진과 설명) / 金永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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