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그림들/한국의화가 작품
윤형근의 회화는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듯한 특질을 지니고 있다. 또는 그 회화에 대해서 말을 하려면 할수록, 말이 윤형근의 회화로부터 멀어져 가버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특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윤형근의 회화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는 회화라든가. 또는 과묵한 회화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회화에서는 강한 메시지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강도(强度)는 한번 작품을 보고 나면 잊혀질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그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 다변(多辯)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안으로 향해 확산시키는 힘으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70년대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한국화의 동향으로써 단색(單色)내지는 색채의 억제를 특징으로 하는 화면과, 이에 더하여 화면의 텍스추어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보여주는 일군의 작품의 출현을 들 수 있다. 윤형근의 작품도 그러한 동향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채색(多彩色)을 배제한 이 색채의 억제가 이 화가의 회화의 가장 두드러진 성질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윤형근도 화면의 텍스추어에 대한 극히 예민한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생지(生地)의 캔버스에다 직접 물감을 바른다는 기법이 바로 그것을 말해준다. 되풀이 말하거니와, 바로 이 점에 있어 윤형근의 작품은 이 동향의 특질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