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을 줍다
이원규
이미 져버린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닌 줄 알았다
더 이상 꽃이 아닌 줄 알았다
새야,
시든 꽃잎을 물고 우는 동박새야
네게도 몸서리쳐지는 추억이 있느냐
시든 꽃잎을 물고 우는 동박새야
네게도 몸서리쳐지는 추억이 있느냐
보길도 부용마을에 와서
한겨울에 지는 동백꽃을 줍다가
나를 버린 얼굴
내가 버린 얼굴들을 보았다
한겨울에 지는 동백꽃을 줍다가
나를 버린 얼굴
내가 버린 얼굴들을 보았다
숙아 철아 자야 국아 희야
철 지난 노래를 부르다 보면
하나 둘
꽃 속에 호얏불이 켜지는데
대체 누가 울어
꽃은 지고 또 지는 것이냐
철 지난 노래를 부르다 보면
하나 둘
꽃 속에 호얏불이 켜지는데
대체 누가 울어
꽃은 지고 또 지는 것이냐
이 세상의 누군가를 만날 때
꽃은 피어 새들을 부르고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 잊혀질 때
낙화의 겨울밤은 길고도 추웠다
꽃은 피어 새들을 부르고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 잊혀질 때
낙화의 겨울밤은 길고도 추웠다
잠시 지리산을 버리고
보길도의 동백꽃을 주우며,
예송리 바닷가의 젖은 갯돌로 구르며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지 않는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는 것을
보길도의 동백꽃을 주우며,
예송리 바닷가의 젖은 갯돌로 구르며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지 않는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는 것을
경아 혁아 화야 산아
시든 꽃잎을 물고 우는 동박새야
한번 헤어지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장인 줄 알았다
시든 꽃잎을 물고 우는 동박새야
한번 헤어지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장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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