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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언 강물 풀리고 보리밭 이랑엔 봄의 기운이...

조용한ㅁ 2016. 5. 18. 22:26

춥다고, 길 미끄럽다고,늙은이 넘어졌다하면 뼉다기 부러진다고....

꼭꼭 쳐박혀 있은지 두어달, 무심재 길동무들 금강길 걷는다기에 따라나섰다

어느새 언 강물 풀리고, 보리밭 이랑이 폭신한게 이제 봄이지 싶다.

 

 

 

 

 

여행복 많은 무심재 길동무들, 먹을복도 많은지,

때마침 정월대보름 산신제를 지낸다는 옥천 시민들. 군수며, 국회의원며...이장님들 아직 제사 지내는 중인데,

지나가던 길손인 우리, 잔찻상에 먼저 초대되었다. 암만.. 충청도 양반의 후덕한 인심....ㅎㅎㅎ

 

 

 

정지용 시인의 생가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던 .... 그 집. 

 

놋그릇에 새싹 비빔밥을 담아주던 식당 "마당 넓은집"의 추녀 밑에 놓여진 오래된  것들.

 

 

장원급제가 아니면 어떠리, 우리는 당당히 초시에 합격했느니....그랬다는 이들을 기리는 사당?

대성전이라는 현판이 붙어있는걸 보면 충청도 양반님들의 권세가 절로 느껴져...

 

 

 

금강변의 보리밭.

어쩌면 우린 청보리밭을 보러 이곳에 다시 오게될지도 모른다.

 

 

 

 

 

청풍정

김옥균이 기생과 더불어 실의의 나날을 보냈다는 정자.

 

제법 녹은 강물에 드리운 나뭇가지.

이제 곧 연두색 잎새들이 강물위에 흔들리겠지.

 

 

김옥균의 친필, 명월암.

행여 자기땜에 출세길에 나가지 못하는가 생각되어 자살한 애인, 명월을 그리며 썼다고....

 

 

강이 풀리면

                      -김동환 -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님도 오겠지
님은 안타도 편지야 타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님이오시면 설움도 풀리지
동지 섣달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우리는 물 위를 걸어서 금강을 건넜다....ㅋㅋㅋ

 

얼었다지만 거의 다 녹았어... ...

괜찮을까? 에구~ 겁나... 그러면서도 깔깔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던 그 길을 걸으며 정지용을  떠올렸다.

그 배경으로 내 아버지와 내 형제들을 떠올리고

다시 와 줄 새 봄과 그 봄날에 있을 일들을 점 쳐보고 뒤돌아 이미 놓쳤거나 놓아버린것들을

아쉬워하며 걷고 또 걷기를 시오리 길.

잘박잘박 눈위 혹은 눈녹는 길위를 걷는 동무들의 발소리가 참 건강하고 즐거웠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는데, 다리가 뻐근~~

나,  몇달만에 두어시간을 걸어본겨? 행복한 여행의 여운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출처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글쓴이 : 조용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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