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완벽한 작품을 추구했던 에드가 드가. 부르주아 여성으로서의 유복한 삶과 예술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던 베르트 모리조. 미국 태생으로 파리에 건너와 이방인으로 적응해야 했던 메리 커샛.
4명은 기존의 종교적.전통적 주제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창조한 ‘인상파’ 화가들이다. <인상주의자 연인들>(마음산책. 2006)은 이들의 전기를 ‘따로 또 함께’ 다루고 있는 책. 저자 제프리 마이어스는 라이벌이자 동반자, 연인이면서 친구였던 4명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함께 식사와 여행을 하고, 후원자나 미술상, 작품 거래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공유했다. 서로의 작품에 모델을 서는가 하면, 상대 작품을 구입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4명은 각각 ‘미묘한’ 커플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네와 모리조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은밀하게 지속시켜 나갔던 데 비해, 커샛과 드가는 감정적 교류는 나누되 끝끝내 거리를 유지했다. 그 내막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마네는 ‘올랭피아’ ‘풀밭 위의 점심’ 등을 통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찬미한 화가. 그는 사생아가 딸린 수잔을 아내로 맞아들이지만, 결혼생활엔 곧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던 베르트 모리조와도 끝내 헤어진 마네. 그의 최후는 젊은 시절 얻은 매독으로 인해 고통스럽게 얼룩졌다.
부르주아 계급이었던 모리조에게 있어 화가가 된다는 것은, 남자들의 세계에서 경쟁해야 하며, 결혼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결혼 적령기를 넘기고 난 후, 그녀는 화가로서의 삶이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실수는 아닌지 의심했다. 무엇보다 불륜에 빠졌던 마네와의 관계는 그녀를 더욱 혼란케 했다. 결국 모리조는 자신이 사랑한 에두아르 마네 대신 동생 외젠 마네와 결혼했다.
드가는 사랑에 대해 조심스럽고 방어적이었으며, 결혼이 미적 완벽함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여정에는 방해가 된다고 믿었다. “사랑은 사랑, 일은 일”은 그의 신념과도 같은 것. 결국 드가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커샛 역시 남성들과 친밀한 관계에 이르는 것을 경계했다. 둘이 사랑의 결실을 맺기엔, 각자가 지닌 내면의 벽이 너무도 높았던 셈이다.
저자 제프리 마이어스는 영국 왕립 문학회에 소속된 12명의 미국인 중 한 명. 특히 그는 집요한 조사를 바탕으로 서사를 풀어내는, 탁월한 전기 작가로 유명하다. FBI 파일에서 헤밍웨이에 대한 자료를 발견하는가 하면, 윈드햄 루이스, 에즈라 파운드, 로이 캠벨의 중요한 친필원고를 발굴했다고 한다.
그는 <인상주의자 연인들>에서 마네와 모리조, 드가와 커샛의 사적인 관계를 밝히는 동시에,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맥락 속에서 특정 작품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밝힌다. 인상주의 작품에 대한 기존의 해석을 보다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하겠다.
[김보영 기자 bargdad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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