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조

봉선화--김상옥

조용한ㅁ 2016. 12. 31. 23:04

 

 


 


초정 김상옥 '봉선화'


 


비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 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 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가락 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듯 힘줄만이 서누나..

 

 

2. 백자부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 한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 끝에 풍경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날은 이리 순박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