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의 감정 / 마경덕 집들의 감정 / 마경덕 이제 아파트도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푸르지오, 미소지움, 백년가약, 이 편한 세상… 집들은 감정을 결정하고 입주자를 부른다 생각이 많은 아파트는 난해한 감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타워팰리스, 롯데캐슬베네치아, 미켈란, 쉐르빌, 아크로타워… 집들은 생각을 이.. 아름다운글/시 2016.05.26
필봉筆鋒 외 / 임보 필봉筆鋒 / 임보 붓이 창보다 무섭다고 한다 언론의 힘을 갈파한 말이다 예리한 필봉에 찔리면 하루아침에 재벌도 무너지고 재상도 목이 달아나는 수가 있다 그러니 붓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 가진 것 하나 없는 나는 붓의 힘만 믿고 한평생 그놈을 붙들고 필력을 길렀다 전가傳家의 보.. 아름다운글/시 2016.05.26
자장면 배달은 상징찾기이다 / 채필녀 자장면 배달은 상징찾기이다 / 채필녀 주소가, 안성군 대덕면 소현리 122리로 되어있는 우리 집은 전화도 혼선 없이 걸려오고 번지수 없이 편지도 잘 들어 오지만, 유독 자장면 배달만은 애를 먹는다 전형적인 시골 풍경인 우리 동네는, 읍내와 통하는 길이 넓게 뚫려 가끔 자장면 배달을 .. 아름다운글/시 2016.05.26
화양연화(花樣年華) 화양연화(花樣年華) / 김사인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 아름다운글/시 2016.05.26
양귀비 양귀비꽃 오세영 다가서면 관능이고 물러서면 슬픔이다. 아름다움은 적당한 거리에서만 있는 것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된다. 다가서면 눈 멀고 물러서면 어두운 사랑처럼 활활 타오르는 꽃, 아름다움은 관능과 슬픔이 태워 올리는 빛이다. 蔡 琴-夢中人 아름다운글/시 2016.05.25
여정/이해인 여정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순례자 강원도의 높은 산과 낮은 호숫가 사이에 태어났으니 나의 여정은 하루하루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고 물 위를 걷는 것과 같았네 지금은 내 몸이 많이 아파 삶이 더욱 무거워졌지만 내 마음은 산으로 가는 바람처럼 호수 위를 나르는 흰 새처럼 가볍기만 .. 아름다운글/시 2016.05.25
그대를 정거장에 남겨두고 /고정희 그대를 정거장에 남겨두고 기대역으로 놓인 철로를 따라 홀로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 기다리는 그대역보다 떠나온 그리움이 커진다. 그대를 기대와 바꿔 기대따라 그대를 잃어버린 날 아름다운글/시 2016.05.20
상사 想思 상사 想思 김 남 조 언젠가 물어 보리 기쁘거나 슬프거나 성한 날 병든 날에 꿈에도 생시에도 영혼의 철삿줄 윙윙 울리는 그대 생각, 천번 만번 이상하여라 다른 이는 모르는 이 메아리 사시사철 내 한평생 골수에 전화電話 오는 그대 음성, 언젠가 물어 보리 죽기 전에 단 한 번 물어 보리 .. 아름다운글/시 2016.05.20
참회 참회 김 남 조 사랑한 일만 빼곤 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 진작에 고백했으니 이대로 판결해다오 그 사랑 나를 떠났으니 사랑에게도 분명 잘못하였음이라고 준열히 판결해 다오 겨우내 돌 위에서 울음 울 것 세 번째 이와 같이 판결해 다오 눈물 먹고 잿빛 이끼 청청히 자라거든 내.. 아름다운글/시 2016.05.20
사랑법 첫째/고정희 사랑법 첫째 고정희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에 커다란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 아름다운글/시 201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