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우고 .../오세영 나를 지우고 .../오세영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산이 된다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를 지우면 숲이 되고, 숲이 숲을 지우면 산이 되고, 산에서 산과 벗하여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나를 지운다는 것은 곧 너를 지운다는 것, 밤새 그리움을 살라 먹고 피는 초롱꽃처럼 이슬.. 아름다운글/시 2016.07.27
저녁 무렵 - 도종환 저녁 무렵 -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 아름다운글/시 2016.07.18
길 그리고 섬 길/마종기 섬/복효근My life -생각- 길 그리고 섬 길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 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 아직 믿기지 않지만 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 같이 늙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바닷바람은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검푸른 .. 아름다운글/시 2016.07.08
즐거운 편지 ㅡ 황동규 즐거운 편지 ㅡ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 아름다운글/시 2016.07.03
붉은 작약꽃 - 김영태 ♧ 붉은 작약꽃 - 김영태 당신이 오시기까지 열두 겹 꽃잎을 고스란히 펼쳐 확확 달아오른 가슴 함박웃음으로 붉게 피어 올려 헐떡이는 뜨거운 볕 발 붉은 바다로 일렁이게 만들어 남아나지 않은 가슴에 금관의 심지를 돋아 올려 불씨 같은 사랑 한줌 성스러운 흔적으로 영혼에 각인시켜 .. 아름다운글/시 2016.07.01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 아름다운글/시 2016.06.28
그래, 인생은 단 한번의 추억여행이야 그래, 인생은 단 한번의 추억여행이야 눈물겹도록 미친 사랑을 하다가 아프도록 외롭게 울다가 죽도록 배고프게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삶의 짐 다 내려놓고 한 줌의 가루로 남을 내 육신 그래 산다는 것은 짧고도 긴 여행을 하는 것이겠지 예습, 복습도 없이 처음에는 나 혼자서 그러다가 .. 아름다운글/시 2016.06.14
들풀 / 류시화 박동인_野 53.0×33.4cm, Oil on Canvas 1977 [들풀 /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아름다운글/시 2016.06.05
사랑이 올때 신현림 사랑이 올때 신현림 달은 찻잔 속에 떠 있고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같이 다가오리 황혼이 밤을 두려워 않듯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으리 술 마실 때 취하는 걸 염려않듯 사랑이 올 때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 아름다운글/시 2016.05.30
아주 작은 풀꽃 아주 작은 풀꽃 김영천 향기가 짙거나 그 모양새가 너무 아름다워 가슴깊이 흠양하는 그런 꽃이 아니라 우리가 숲길 걸으며 자칫 놓치고 마는, 이름이 무어더라 이름이 무어더라 늘 조금은 그런 낯 선 풀꽃이길 바란다 철따라 화병에 꽂아두고 하루에 몇 번씩이나 엎드려 그 향기를 사모.. 아름다운글/시 201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