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김재진. 아름다운 사람, 김재진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가까운 사람에게 치여 피로를 느낄 때 눈감고 한 번쯤 생각해보라 당신은 지금 어디 있는가 무심코 열어두던 가슴속의 셔터를 철커덕 소리내어 닫아버리며 어디에 갇혀 당신은 괴로워하고 있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 아름다운글/시 2016.05.04
저녁 무렵 - 도종환 저녁 무렵 -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 아름다운글/시 2016.05.02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아름다운글/시 2016.04.26
담장 /장석남 담장 장석남 이월 하늘은 상냥하고 담장에 기대인 자두나무에 자두꽃이 아득히 나오고 그 아래 흰 돌멩이 하나 나는 나를 솎아 내고 헤쳐서 그 돌멩이를 바라본다 나는 나를 허물어서 그 돌멩이를 바라본다 흰 돌멩이 처음 저 자리에 앉던 시간의 문 따고 나오는 눈빛 따스하여 나는 그걸 .. 아름다운글/시 2016.04.24
어디 우산 놓고 오듯 - 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 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그림 / Ray Hender 아름다운글/시 2016.04.22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공지영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공지영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 아름다운글/시 2016.04.22
에로스 소묘(素描) _ 구상(具常) 에로스 소묘(素描) 구상 1 농익은 수밀도(水密桃)가슴. 꽃무덤 위에 취해 쓰러진 나비. 메론 향기의 혀. 흰 이를 드러낸 푸른 파도에 자맥질하는 갈매기. 수평선의 아득한 눈 속. 원시림 속의 옹달샘을 마시는 노루. 에로스의 심연(深淵), 원죄(原罪)의 미(美). 2 호롱 하롱 고양이의 요기(妖氣.. 아름다운글/시 2016.04.22
죄/이기철 죄/이기철 요컨대 내 생은 밥숟갈을 위한 노역이었다 나는 누굴 위해 살지 않았고 철저히 나를 위해 살았다 나는 내 월급을 떼어 남에게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모든 밥숟갈은 아세(阿世)였고 곡학(曲學)이었다 나는 남을 사랑할 시간이 없었다 내 안에 꽃피는 시간들이 나를 죄짓게 했다 .. 아름다운글/시 2016.04.21
이기철 생의 노래 외.... 생의 노래 - 이기철- 움 돋는 나무들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흙 속에서 초록이 돋아나는 걸 보면 경건해진다 삭은 처마 아래 내일 시집갈 처녀가 신부의 꿈을 꾸고 녹슨 대문 안에 햇빛처럼 밝은 아이가 잠에서 깨어난다 사람의 이름과 함께 생애를 살고 풀잎의 이름으로 시를 쓴다 세상의 .. 아름다운글/시 2016.04.20
-「自畵像」장석남 무쇠 같은 꿈을 단념시킬 수는 없어서 구멍난 속옷 하나밖에 없는 커다란 여행 가방처럼 종자로 쓸 녹두 자루 하나밖에 아무것도 없는 뒤주처럼 그믐 달빛만 잠깐 가슴에 걸렸다 빠져 나가는 동그란 문고리처럼 나는 공허한 장식을 안팎으로 빛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외.. 아름다운글/시 201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