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더 많다/ 이문재 밖에 더 많다 ​ ​이문재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 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 둔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 아름다운글/시 2018.02.20
빵집/ 이면우 빵집 이면우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가세요 엄마 아빠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 아름다운글/시 2018.02.20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KATHAK dance **Aha Aha / Suchitra Krishnamurthy(인도)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정희성 ​ 주일날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갔다가 미사 끝나고 신부님한테 인사를 하니 신부님이 먼저 알고,예까지 젓 사러 왔냐고 우리 성당 자매님들 젓 좀 팔아주라고 우리가 기뻐 대답하기를,그러마고 어느 자매님 .. 아름다운글/시 2018.01.27
겨울 고해 – 홍수희 겨울 고해 – 홍수희 겨울밤엔 하늘도 빙판길입니다 내 마음 외로울 때마다 하나 둘 쏘아 올렸던 작은 기도 점점이 차가운 하늘밭에서 자꾸만 미끄러져 떨어지더니 잠들었던 내 무딘 영혼에 날카로운 파편으로 아프게 박혀옵니다 사랑이 되지 못한 바램 같은 것 실천이 되지 못한 독.. 아름다운글/시 2017.12.31
화양연화(花樣年華) 화양연화(花樣年華) / 김사인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 아름다운글/시 2017.12.11
12월 강연호 12월 강연호 그해 12월 너로 인한 그리움 쪽에서 눈 내렸다 마른 삭정이 긁어 모아 군불 지피며 잊으리라 매운 다짐도 함께 쓸어 넣었지만 불티 무시로 설마 설마 소리치며 튀어올랐다 동구 향한 봉창으로 유난히 풍설 심한 듯 소식 갑갑한 시선 흐려지기 몇 번 너에게 가는 길 진작 끊어지.. 아름다운글/시 2017.12.03
죄와 벌 죄와 벌 이수익 (1942~,경남 함안 ) 나는 입안에 너의 혀를 물고 너는 입안에 나의 혀를 물고 그렇게 서서 우리 깊이 잠들었으면 뜨거운 쇳물로 굳힌 청동조각처럼 더는 움직일 수 없는 천형의 쇠사슬로 꽁꽁 묶인 채 오오, 사랑해봤으면 죽음처럼 우리 멀리멀리 떠내려갔으면! The embrace(뜨.. 아름다운글/시 2017.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