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조

봄밤의 눈물 - 이규보

조용한ㅁ 2014. 4. 12. 10:25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네
붉은 꽃 떨어져 온 땅을 덮었는데
향기로운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네
님의 약속은 부질없는 뜬구름 같고
이내 마음은 일렁이는 강물 같아라
긴긴 밤 뉘와 함께 지내며
시름겨운 눈썹을 펴볼까나


美人怨 - 李奎報
腸斷啼楾春   落花紅牦地   香衾曉枕孤   玉咮雙流淚
郎信薄如雲   妾情搖似水   長日度與誰   皺却愁眉翠

향기로운 봄밤, 꾀꼬리는 우는데 님과 함께 보려 했던 고운 꽃은 다 졌습니다. 홀로 잠이 올리 없지요. 그 고운 뺨엔 눈물이, 그 고운 눈썹엔 슬픔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 시에는 참 재미있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앞에서부터 읽어도 시가 되고 맨 뒤에서부터 읽어도 같은 내용의 시가 된다는 겁니다. 맨 뒤부터 皺却愁眉翠 하는 식으로 읽어볼까요?

푸른 눈썹 시름에 겨워 찌푸렸는데/뉘와 함께 긴긴 밤을 지낼까/강물은 내 마음인 양 일렁이고/구름은 님의 약속처럼 부질없어라/두 뺨에 고운 눈물 흐르고/외로운 베개 새벽 이불만 향기롭구나/온 땅 가득히 붉은 꽃 떨어지고/봄 꾀꼬리 소리에 애간장 타누나

아하, 그 절묘함에 절로 무릎이 쳐지지 않습니까?
이 시인 아주 멋집니다.

'아름다운글 >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   (0) 2014.04.13
연꽃을 따는 노래 - 허난설헌  (0) 2014.04.12
연꽃 향기는 - 설죽  (0) 2014.04.12
曲江 (곡강) - 두 보  (0) 2014.04.12
황혼에 서서/이영도  (0) 201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