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월 / 김 용 택 유 월 / 김 용 택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 아름다운글/시 2015.06.11
저도 촌놈이면서 // 저도 촌놈이면서 -최 재 경(낭송:서상철) 즈이 집구석 일 할 때는 식전 해 뜨자마자 설치고 위세를 떨던 놈이 내 논에 모 심어 준다고 일찍 나오라고 해서 서둘러 아침 대충 거르고 나갔더니 새참 때가 되어서 택시를 타고 끄적거리고 와서는 하는 말이, 참 내 어제 먹은 술이 과하여 속.. 아름다운글/시 2015.06.07
이름을 지운다 이름을 지운다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 아름다운글/시 2015.06.03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 날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 날 못자리 무논에 산그림자를 데리고 들어가는 물처럼 한 사람이 그리운 날 있으니 게눈처럼, 봄나무에 새순이 올라오는 것 같은 오후 자목련을 넋 놓고 바라본다 우리가 믿었던 중심은 사실 중심이 아니였을지도 저 수많은 작고 여린 순들이 봄나무에게 중심.. 아름다운글/시 2015.06.01
봄날 옛집에 가다 봄날 옛집에 가다 이상국 봄날 옛집에 갔지요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 머위 이파리만한 생을 펼쳐들고 제대하는 군인처럼 갔지요 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 아직 빨래를 개시고 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 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술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 반갑다고 온몸을 흔.. 아름다운글/시 2015.05.17
허 공 꽃 / 김 재 진 허 공 꽃 / 김 재 진 바람 소리에 귀 맡기는 들 풀처럼 파도에 옷고름 푸는 해변처럼 눈물에 마음 내어주는 하얀 뺨처럼 바라는 것 없이 나를 인생에 내어주라. 산수국, 카랑코에, 패랭이, 오랑캐꽃 때가 되면 피는 꽃처럼 층꽃나무, 댕강나무,감탕나무,눈측백 엄동 嚴冬의 흔적 지운 나무.. 아름다운글/시 2015.05.10
낙화 - 조지훈 낙화 -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 아름다운글/시 2015.05.05
동백꽃 유서 - 이애정 동백꽃 유서 - 이애정 불꽃처럼 살았으니 이대로 죽어진들 또 어떠리 침묵뿐인 겨울 땅 밑에서 꿈을 키웠던 건 뜨겁고 뜨겁게 살기 위해서였어 모진 해풍에 입춘도 지나 때 늦은 눈이 내려도 내가 피어있음은 진정 꽃답게 죽고 싶기 때문이지 타오르던 사랑 끝내 지켜주지 못했지만 기억.. 아름다운글/시 2015.04.26
안부 / 장석남 안부 / 장석남 오도카니 앉아 있습니다 이른 봄빛의 분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발목이 햇빛 속에 들었습니다 사랑의 근원이 저것이 아닌가 하는 物理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빛이 그 방에도 들겠는데 가꾸시는 매화 盆은 피었다 졌겠어요? 흉내내어 심은 마당가 홍매나무 아래 앉아서 목.. 아름다운글/시 2015.04.24
사월에 걸려온 전화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 아름다운글/시 201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