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몰약처럼 비는 내리고 외 / 나희덕 몰약처럼 비는 내리고 / 나희덕 뿌리뽑힌 줄도 모르고 나는 몇줌 흙을 아직 움켜쥐고 있었구나 자꾸만 목이 말라와 화사한 꽃까지 한무더기 피웠구나 그것이 스스로를 위한 弔花인 줄도 모르고 오늘밤 무슨 몰약처럼 밤비가 내려 시들어가는 몸을 씻어내리니 달게 와닿는 빗방울마다 너.. 아름다운글/시 2015.01.22
세월 / 김재진 세월 / 김재진 살아가다 한번씩 생각나는 사람으로나 살자 먼길을 걸어 가 닿을 곳 아예 없어도 기다리는 사람 있는 듯 그렇게 마음의 젖은 자리 외면하며 살자 다가오는 시간은 언제나 지나갔던 세월 먼바다의 끝이 선 자리로 이어지듯 아쉬운 이별 끝에 지겨운 만남이 있듯 모르는 척 그.. 아름다운글/시 2015.01.22
꽃 진 자리에 - 문태준 꽃 진 자리에 - 문태준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아름다운글/시 2015.01.20
사람에게 사람에게 문정희 사람을 피해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사람, 너는 누구냐 밤하늘 가득 기어나온 별들의 체온에 추운 몸을 기댄다 한 이름을 부른다 일찍이 광기와 불운을 사랑한 죄로 나 시인이 되었지만 내가 당도해야 할 허공은 어디인가 허공을 뚫어 문 하나를 내고 싶다 어.. 아름다운글/시 2015.01.20
누가 말했을까요/천양희 누가 말했을까요 누가 말했을까요 살아 있는 것처럼 완벽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생명일 때 기쁘고 기쁨은 곧 마음의 길을 열어 숨은 얘기 속삭인다는 것을 여린 잎 속의 푸른 벌레와 생각난 듯이 날리는 눈발과 훌쩍거리며 내리는 비가 얼마나 기막힌 눈(目)이라는 것을 그토.. 아름다운글/시 2015.01.11
안부/이정하 + 안부 가을이 채 가기도 전에 설악산 대청봉에는 벌써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올 가을에는 단풍잎 한 번 못 보고 그냥 그렇게 지나갈 것 같군요 그대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그냥 그렇게 지나갈 것 같군요 사랑하는 당신, 다시 만날 때가지 안녕하기를... + 안부 1 보고 싶은 당신.. 아름다운글/시 2015.01.11
가슴 아픈 것은 다 소리를 낸다 가슴 아픈 것은 다 소리를 낸다 별에서 소리가 난다 산 냄새 나는 숲 속에서 또는 마음 젖는 물가에서 까만 밤을 맞이할 때 하늘에 별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자작나무의 하얀 키가 하늘 향해 자라는 밤 가슴 아픈 것들은 다 소리를 낸다 겨울은 더 깊어 호수가 얼고 한숨짓는 .. 아름다운글/시 2015.01.11
여행자를 위한 서시 여행자를 위한 서시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 떄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 아름다운글/시 2015.01.08
그 말이 나를 살게 하고/천양희 Chris Friel 접어둔 마음을 책장처럼 펼친다 머리 끝에는 못다 읽은 책 한권이 매달리고 마음은 또 짧은 문장밖에 쓰지 못하네 이렇게 몸이 끌고 가는 시간 뒤로 느슨한 산문인 채 밤이 가고 있네 다음날은 아직 일러 오지 않는 때 내 속 어딘가에 소리없이 활짝 핀 열꽃 같은 말들, 言路들 오.. 아름다운글/시 2015.01.07
김 경성 / 바람의 꽃 Chris Friel (United Kingdom) 바람의 꽃 김 경 성 더는 무너질 것 없을 때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렸다 바람을 부르는 폐허는, 그 바람의 잔해로 가득하다 바람의 끝은 그을음 가득한 지붕들의 부서진 연잎 근처였으리라 불꽃으로 새겨놓은 시간의 흔적 슬픔의 농도만큼 서서히 지층으로 가라앉는.. 아름다운글/시 201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