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 아름다운글/시 2013.10.01
거시기 / 박 제영 거시기한 맛이 읍서야 긍께 머랄까 맥업시 맴이 짠~해지는, 거시기 말이여 느그 시는 그기 읍당께로 이 고들빼기 맹키로 싸한 구석이나 있으믄 쪼매 봐줄라나 그것도 읍잔여 한마디로 맹탕이랑께 워따 가스내 맹키로 삐지기는 다 농잉께 얼굴 피고 술이나 마시뿌자 내 야그가 그로코롬 .. 아름다운글/시 2013.09.24
혼동 - 문태준 혼동 - 문태준 가을밤에 뒷마당에 서 있는데 풀벌레가 울었다 바람이 일고 시누대 댓잎들이 바람에 쓸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풀벌레 소리 댓잎 소리 또 한번은 겹쳐 서로 겹쳐서 그러나 댓잎 소리가 풀벌레 소리를 쓸어내거나 그러나 풀벌레 소리가 댓잎 소리 위에 앉거나 그러지는 않.. 아름다운글/시 2013.09.21
박재삼 / 산에서 그 곡절 많은 사랑은 기쁘던가 아프던가. 젊어 한창때 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거든 여름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들고 중년 들어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거든 가을날 울음빛 단풍에 젖어들거라. 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평생 그가 다스리는 시냇물로 .. 아름다운글/시 2013.09.21
새들은 목포에 가서 죽다 - 박정대 그곳에 가면 네가 있을 것만 같다 바람에 부서지는 섬들과 모래톱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물방울들, 그곳에 꼭 네가 있을 것만 같다 어젯밤에는 바람 속으로 망명하는 꿈을 꾸었다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잎들이 밤새도록 내려 서럽도록 그리운 너의 안부를 덮어주었다 새들은 목포에 가.. 아름다운글/시 2013.09.20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 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 아름다운글/시 2013.09.19
아직도 / 김경훈[石香] 아직도 / 김경훈[石香] 어디로 가면 이 섬을 만날 수 있을까 오래 전 기억 속에 존재하는 아슴아슴한 저 편 너머 섬 하나 아직도 네가 기다림일까 아직도 내가 그리움일까 먼 길을 달려온 파도가 검붉은 바위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져 포말이 되듯 그 가슴에 부딪혀 결국 슬프게 무너지고 말.. 아름다운글/시 2013.09.19
문득 그대가 생각 났습니다 ... 윤영초 문득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그리움 나무가지 끝에 짙은 어둠 걸어놓고 어딘가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그리운 이 생각났습니다 갑자기 한줄기 바람같은 향기로 내 그림자 뒤를 따라 옵니다 어둠이 내려 무겁게 쏟아지는 검은 어둠 거두며 달빛의 향연 고.. 아름다운글/시 2013.09.15
이형산의 시 모음 노고초(老姑草) 이형산 휘어졌다고 내려보지 마라. 너처럼 꺾이지 않으려고 굽히지 않던 때가 있었고, 멀리 뛰고 추월하려고 굽히던 때가 있었다. 너를 곧게 세우기 위한 흔적이리라. 그처럼 제 몸보다 크게 피운 꽃 보았느냐? 그러하오니, 그 앞에선 머리 숙이든가 무릎을 꿇어라. *할미.. 아름다운글/시 2013.08.23
대나무 - 이형산 *사진은 김경성의 소쇄원~1* 대나무 - 이형산 굽힐 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힐 줄 모른다고 말하지만, 생각의 끝에서는 무수히 휘어지고 흔들리고 있었다. 살면 살수록 잃어버리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었다. 흔들리고 휘어질 때마다 생긴 응어리들. 생과 사의 갈림길.. 아름다운글/시 2013.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