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지나간다.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도 않 는다. 하지만 땅과 하늘과 천둥. 바람과 불. 호수와 산과 물. 이런 것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만일 그것들마저 사라진다면 .. 아름다운글/시 2013.05.16
기억해내길 바래요-원성스님 선생님께 구구단을 못 외운다고 손바닥 맞고 사내 녀석이 눈물 보인다고 또 맞고 눈 퉁퉁 부어 집으로 오던 길에 비 맞고 집에선 꼬리치며 달려들던 바둑이 발길질에 맞고 아무리 불러봐도 엄마는 대답이 없고 찬장을 열어봐도 푹 익어 쉰내 나는 김치밖에 없고 자꾸만 뱃속에선 꼬르륵 .. 아름다운글/시 2013.05.15
<빈틈> -이사라 그 사람죽었어 벼락이 가슴을 치는 날이 있다 내가 더 사랑해도 좋았을 그 사람 나에게 말없이 떠날 수 있었던 그 사람 그 사람없이도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그사람이 죽었다 한 사람이 살다가 비 그치듯 사라지면 그 주위에서 한동안 들끓던 시간이 잦아들며 갑자기 고요해진다 지상.. 아름다운글/시 2013.05.15
「낙조」 이사라, 「낙조」, 《시산맥》 2011. 여름. 당신을 떠나올 때 불그스레 웃었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스러웠다 떠나올 때처럼 다시 당신에게 갈 수 있을까 나는 다시 갈 줄 정말 몰랐던 것일까 사람은 사람에게 매달리고 구름은 하늘에 매달리고 싶어한다 사과밭에서 사과나무는 사과.. 아름다운글/시 2013.05.15
내가 당신 곁을 떠도는 영혼이었듯이 이윤학, 「내가 당신 곁을 떠도는 영혼이었듯이」, 《시산맥》 2011. 여름. 서로의 머리에 삶은 계란을 깨먹던 시절 우리 곁에서 탱자 꽃들이 깔깔거리며 피어났고 우리도 깔깔거리며 우리의 철길을 걸었다 하늘의 거울에 담겼던 우리 거울의 하늘에 담겼던 우리 웃음이 유일한 호칭이었던.. 아름다운글/시 2013.05.15
봉숭아/도종환 . 이해인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 아름다운글/시 2013.05.15
풍경 / 도종환 풍경 / 도종환 이름없는 언덕에 기대어 한 세월 살았네 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 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 특별할 게 없는 날이 오래 곁에 있었네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특별하지 않은 세월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 아름다운글/시 2013.05.11
오월편지/도종환 오월편지/도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 마다 깊디 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 오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 마다 당.. 아름다운글/시 2013.05.05
나 자신을 위한 기도 ...오광수 나 자신을 위한 기도 ...오광수 나를 더 가난한 마음이 되게 하셔서, 많이 겸손하게 하소서 소중한 오늘을 교만한 눈으로 뜨지 않게 하시고 오만스런 말을 하지 않게 하시며 거만한 행동이 되지 않게 하셔서 나로 하여금 상처받는 사람이 없게 하소서. 나를 더 순수한 마음이 되게 하셔서, .. 아름다운글/시 2013.04.29
봄 양화소록(養花小錄)/조용미 양화소록/ 조용미 올봄 하릴없어 옥매 두 그루 심었습니다 꽃 필때 보자는 헛된 약속 같은 것이 없는 봄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군요 내 사는 곳 근처 개울가의 복사꽃 활짝 피어 봄빛 어지러운데 당신은 잘 지내나요 나를 내내 붙들고 있는 꽃 핀 복숭아나무는 흰 나비까지 불러 들입니.. 아름다운글/시 2013.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