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2 오세영 자화상2 오세영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가지 끝에 높이 앉아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낱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밭을 뒤지다 굶어 죽을 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 아름다운글/시 2013.10.29
인연 / 백 봉기 어쩌면 너와나의 인연은 아주 사소한 것인지도 모른다 옛날에 ,너는 내가 천석꾼댁 마름살이 하며 보리타작 하고 있을때 물동이이고 지나가던 다홍치마 노랑저고리 새댁이었거나 소금가마 짊어지고 싸리눈 내리는 고개를 넘던 장돌뱅이였을때 탁배기 한사발 선심쓰던 주막집 주모였는.. 아름다운글/시 2013.10.08
사는 재미 / 권 순진 맞짱 한번 근사하게 떠본 적 있나 질펀하게 얻어터지든가 후련하게 두들겨 패든가 코에선 황소 콧김 새나오고 찐득한 피가 주르르 흘러내리지만 나중엔 팔뚝으로 코피 문지르며 내 꼴이 저 꼬락서니거니 서로 씩 웃고 마는 앗살하게 실패한 연애를 가져보았나 어떻게 한번 해보려는 수.. 아름다운글/시 2013.10.08
하룻밤 / 문 정희 하룻밤을 산정호수에서 자기로 했다 고등학교 동창들 30년만에 만나 호변을 걷고 별도 바라보았다 시간이 할퀸 자국을 공평하게 나눠 가졌으니 화장으로 가릴 필요도 없이 모두들 기억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우리는 다시 수학여행 온 계집애들 잔잔하지만 미궁을 감춘 호수의 밤은 깊.. 아름다운글/시 2013.10.08
가을입니다 / 김재진 가을입니다 / 김재진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 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 아름다운글/시 2013.10.08
낚시질 마종기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平生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中年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 아름다운글/시 2013.10.08
후회 / 피천득 후회 / 피천득 산길이 호젓다고 바래다 준 달 세워 놓고 문 닫기 어렵다거늘 나비같이 비에 젖어 찾아온 그를 잘 가라 한 마디로 보내었느니 아름다운글/시 2013.10.06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우련祐練신경희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떠날때를 알고 있는 나뭇잎처럼 낮은곳으로 흐를줄 알게 하시고 을숙도를 지키는 이름모를 사람들에게 조차 엽서한장 띄울 수 있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돌아보게 하소서 나이가 만수에 찰수록 더해가는 쓸쓸한 가을.. 아름다운글/시 2013.10.05
사람을 그리워 하는 일 /오인태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하필 이 저물녘 긴 그림자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한 그루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서 사람을 그리워하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홀로선 나무처럼 고독한 일이다. 제 그림자만 마냥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처럼 참 쓸쓸한 일이다. Suites No.2 Op.55 - 4. Solvejg's S.. 아름다운글/시 2013.10.03
낙 엽/레미 드 구르몽 또다시 이 시를 읊조리는 계절이 왔다. 카페메일로 이 음악과 시를 받았다. 시를 읽으며, 음악속으로 들어가며 지난 어느날보다 더 가슴이 뻐근하다. 60살이면 인생 끝이라 생각하던 오만한 날들도 있었는데, 웬걸, 그 60대를 10년이나 살고 이제 곧 70이다. 안녕, 나의 60대여, 지난한 내 삶.. 아름다운글/시 2013.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