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여자/유자효 주머니 속의 여자/유자효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주머니 속의 여자가 외친다 좋은 조건의 대출 상품이 있다고 동창 모임이 있다고 심지어는 벗은 여자 사진이 있다고 시도 때도 없이 외쳐 댄다 버튼을 눌러 말문을 막아 버리자 마침내는 온몸을 부르르 떤다 참 성질 대단한 여자 주머니.. 아름다운글/시 2014.10.17
나팔꽃 나팔꽃 시 / 정호승 한쪽 시력을 잃은 아버지 내가 무심코 식탁위에 놓아둔 까만 나팔꽃 씨를 환약인 줄 알고 드셨다 아침마다 창가에 나팔꽃으로 피어나 자꾸 웃으시는 아버지 음악 / Tedium Of Jour 음악 / Tedium Of Journey / Makiko Hirohashi ney / Makiko Hirohashi 아름다운글/시 2014.10.17
사랑하는 사람아 ... 오광수 사랑하는 사람아 ... 오광수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들의 영혼이 잘되기를 늘 기도한다. 하늘이 은혜를 베풀어 새로운 햇살로 보듬은 오늘 현실은 어제같이 가난하더라도 마음만은 이제 가난하지 말자 넘쳐나는 고운 마음들이 있으니 원없이 한없이 나누어가지자. 하늘이 우릴 사랑하기에.. 아름다운글/시 2014.10.16
진실로 좋다/천양희 진실로 좋다 노을에 물든 서쪽을 보다 든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든다는 말이 진실로 좋다 진실한 사람이 좋은 것처럼 좋다 눈으로 든다는 말보다 마음으로 든다는 말이 좋고 단풍 든다는 말이 시퍼런 진실이란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노을에 물든 것처럼 좋다 오래된 나무.. 아름다운글/시 2014.10.05
가을 우체국 가을 우체국 외롭지 않으려고 길들은 우체국을 세워 놓았다 누군가가 배달해 놓은 가을이 우체국 앞에 머물 때 사람들은 저마다 수신인이 되어 가을을 받는다 우체통에 쌓이는 가을 엽서 머묾이 아름다운 발목들 은행나무 노란 그늘이 우체국을 물들이고 더운 마음에 굽혀 노랗거나 붉.. 아름다운글/시 2014.09.30
민들레 / 류시화 민들레 / 류시화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 아름다운글/시 2014.09.29
푸른 밤/나희덕 < 畵:박용인, 푸른 누드> 푸른 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 아름다운글/시 2014.09.28
가을 사랑 * 도종환 가을 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 아름다운글/시 2014.09.18
산에 가서 시를 읽다/ 이 성선 산에 가서 시를 읽다/ 이 성선 시집을 사들고 산으로 간다 구름 아래로 간다 배낭에 넣고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며 가슴은 뛴다 오솔길에 들어서 발은 시 쓰듯 간다 나뭇잎을 밟고 샘물을 밟고 바람의 말을 밟는다 줄기 하얀 자작나무 아래 시집을 편다 내 눈이 읽기 전에 나무가 먼저 .. 아름다운글/시 201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