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있는 동안 행복하다 / 김재진 둥근 우주같이 파꽃이 피고 살구나무 열매가 머리 위에 매달릴 때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는 걸을 수 있는 동안 행복하다. 구두 아래 길들이 노래하며 밟히고 햇볕에 돌들이 빵처럼 구워질 때 새처럼 앉아 있는 후박꽃 바라보며 코끝을 만지는 향기는 비어 있기에 향기롭다. 배드민턴 치.. 아름다운글/시 2014.03.06
지심도에서 - 이형권 그대 마음 속에 섬 하나가 있다면 해변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었다가 싱그러운 보리밭을 스치고 지나가는 철모르는 바람이고 싶어 그대 마음 속에 섬 하나가 있다면 파도에 부서지는 바윗돌이었다가 그 세월을 안고 구르는 작은 조약돌이고 싶어 가진 것이라고는 다만 마음 뿐이어서 .. 아름다운글/시 2014.03.06
겨울나무로 서서 - 목필균 겨울나무로 서서 - 목필균 나 이젠 서슴없이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갈까 해 고단한 허울 다 벗어놓고 홀가분한 가슴이 되는 거야 영하로 내려갈 수록 바람이 뼈대를 세우고 한 계절 온전히 견딜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부산한 세상 바람 단단히 걸어 잠그고 침묵의 동안거로 .. 아름다운글/시 2014.03.03
괜찮아 시간도 그곳에선 길을 잃어 - 황경신 괜찮아 시간도 그곳에선 길을 잃어 - 황경신 걸음을 멈추고 잠깐 뒤를 돌아본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돌아선다 내 앞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이 놓여 있다 이 세상에 영.. 아름다운글/시 2014.02.27
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 아름다운글/시 2014.02.27
겨울바다 겨울바다 우련祐練신경희 백사장이 누워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여름 수를 놓았던 발자취는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뜨겁게 속삭였던 아름다운 입술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빈집이 되어버린 바다는 밤 하늘을 향해 귀를 귀울였다. 지난 여름 내내 열병을 앓았던 열기가 이제.. 아름다운글/시 2014.02.27
바람에게 묻다 - 나태주 바람에게 묻다 - 나태주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 아름다운글/시 2014.02.25
축제의 꽃 축제의 꽃 - 마종기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 바람이나 손길을 핑계 삼아 은근히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 곳 시들어 고개 숙인 꽃까지 따뜻하다 임신한 몸이든 아니든 혼절의 기미로 이불도 안 덮은 채 연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깊이 잠들어버린 꽃 내가 그대에게 가.. 아름다운글/시 201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