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소록 양화소록/ 조용미 올봄 하릴없어 옥매 두 그루 심었습니다 꽃 필때 보자는 헛된 약속 같은 것이 없는 봄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군요 내 사는 곳 근처 개울가의 복사꽃 활짝 피어 봄빛 어지러운데 당신은 잘 지내나요 나를 내내 붙들고 있는 꽃 핀 복숭아나무는 흰 나비까지 불러 들입니.. 아름다운글/시 2013.04.27
어느 날, 우리를 울게 할 어느 날, 우리를 울게 할 이규리 노인정에 모여 앉은 할머니들 뒤에서 보면 다 내 엄마 같다 무심한 곳에서 무심하게 놀다 무심하게 돌아갈, 어깨가 동그럼하고 낮게 내려앉은 등이 비슷하다 같이 모이니 생각이 같고 생각이 같으니 모습도 닮는 걸까 좋은 것도 으응, 싫은 것도 으응, 힘.. 아름다운글/시 2013.04.26
이규리 시인 이규리 시인 경북 문경 출생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재 계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 2004년 시집 <앤디 워홀의 생각> 세계사 2006년 <뒷모습> 랜덤하우스 --------------------------------게시된 시--------------------------------- 사막 편지2 / 이규리 와리바시라는 이.. 아름다운글/시 2013.04.26
빅토르 위고, 「나비가 된 편지」 빅토르 위고, 「나비가 된 편지」 아침 이슬 맺힌 장미꽃들에게 웃음짓는 것처럼 오! 어린 연인들은 저마다 꽃을 갖고 있구나. 꽃들은 부드럽고 넓게 떨리며 잎을 여닫고 재스민과 보랏빛 협죽도 안에서만 흰 날개들의 눈부신 펄럭임으로 오가는데 오 봄이여, 우리들이 달뜬 남자들로부.. 아름다운글/시 2013.04.17
편지를 쓴다 /유근 내가 사는 별에는 이제 비가 내리지 않는다 우주의 어느 캄캄한 사막을 건너가고 있는 거다 나는 때로 모가지가 길어진 미루나무 해 질 무렵 잔등 위에 올라앉아 어느 먼 비 내리는 별에게 편지를 쓴다 그 별에는 이제 어떤 그리움이 남았느냐고, 우산을 쓰고 가는 소년의 옷자락에 어떤 .. 아름다운글/시 2013.04.17
너무 아픈 사랑 너무 아픈 사랑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 아름다운글/시 2013.04.17
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 한이나 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 한이나 입력: 2007년 10월 28일 18:07:37 능엄경 밖으로 사흘 무단가출해 돌아오지 않는 마음을 안으로, 조용히, 불러들였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혹사시킨 말의 상처, 그 뭇매를 맞은 죄 없는 마음을 치료하려, 곰취 잎사귀에 뿌리를 넣어 녹즙을 냈어요 뿌리.. 아름다운글/시 2013.04.16
별과의 일박 - 이성목 별과의 일박 - 이성목 너를 사랑하는 날은 몸이 아프다 너는 올 수 없고 아픈 몸으로 나는 가지 못한다 사랑하면서 이 밝은 세상에서는 마주 서지 못하고 우리는 왜 캄캄한 어둠 속에서만 서로를 인정해야 했는가 지친 눈빛으로만 아득하게 바라보고 있어야 했는가 바라보다가 죽어도 좋.. 아름다운글/시 2013.04.16
나 비 나 비 온전히 펼쳤다가 접는데 한 생애가 다 걸리는 책이라고 한다 그 한 페이지는 하늘의 넓이와 같고 그 내용은 신이 태초에 써놓은 말씀이라고 한다 벌레의 시간과 우화의 비밀이 다 그 안에 있으나 장주莊周도 그것이 꿈엣 것인지 생시엣 것인지 알지 못하고 갔다 한다 그러니 내가 .. 아름다운글/시 2013.04.16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운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 아름다운글/시 2013.04.12